번역/비문학(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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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 발터 벤야민,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2)
The Task of the Translator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글쓴이ㆍ발터 벤야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2 번역을 통해 언어 간의 연결고리가 모습이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히 원본과 비스무리한 느낌을 가진 문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결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히 유사성이란 오직 연결고리가 존재할 때에만 발현되는 특성이 아니라는 점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연결고리(kinship)”는 보다 조금 더 좁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두 개체가 만나는 첫 지점, 근원만 가지고는 제대로 설명될 수 없다. 모든 역사적인 문맥을 제쳐놓고 두 언어 간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각 언어로 쓰인 문학 작..
2021.11.28 -
#061: 발터 벤야민,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1)
The Task of the Translator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글쓴이ㆍ발터 벤야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1 하나의 예술, 또는 예술 형식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수용자(receiver)를 고려하는 행위를 통해 이렇다 할 만한 결실이 맺어지는 경우는 잘 없다. 특정 대중 집단, 또는 그들의 대표들을 고려해서 글을 쓸 경우, 문서가 잘못 읽힐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적인 수용자’라는 개념 자체를 꺼내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예술의 감상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예술은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존재를 논하지만 그 중 어떤 작품도 훗날 해당 작품을 감상할 인간을 고려하는 경우가 없다. 세상엔 독자를 위해 쓰인 시도, 소유자를 위해 그려..
2021.11.25 -
#060: 발터 벤야민, "생산자로서의 작가" (完)
The Author as Producer 생산자로서의 작가 글쓴이ㆍ발터 벤야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3 서사 연극(The Epic Theater) 무대극이라는 생산 수단은 오랜 역사를 통해 그 가치를 증명 해왔으며 그런 무대를 기반으로 둔 비극과 오페라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후죽순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극들은 그들의 형식에 이제 다 낡아버렸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한다, “음악인들, 작가들, 그리고 비평가들 모두, 그들의 현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경향은 -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괄시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 그들에게 반드시 끔찍한 결과를 안겨다 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단에게 소유 당하고 ..
2021.11.16 -
#059: 발터 벤야민, "생산자로서의 작가" (2)
The Author as Producer 생산자로서의 작가 글쓴이ㆍ발터 벤야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2 행동주의 신조 (Activism Credo) 행동주의의 목표를 가장 잘 담아낸 슬로건은 바로 ‘로고크라시(*logocracy, 말(word)를 뜻하는 그리스어 로고(logo)와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데모크라시를 합쳐서 만든 합성어)’, 즉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지식인의 힘’이라는 뜻이 된다. 이를 ‘지식인의 규율’이라고 해석해도 문제 없을 것이다. 좌익 지식인들 사이에서 피어 오른 이 개념은 하인리히 만(Heinrich Mann) 부터 도블린(Alfred Döblin) 까지, 그들의 정치적 선언서들 마저 가득 채우고 있다. 이 개념이 생산 구조 안에서의 지식인들의..
2021.11.03 -
#058: 발터 벤야민, "생산자로서의 작가" (1)
The Author as Producer 생산자로서의 작가 글쓴이ㆍ발터 벤야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생산자로서의 작가 노동자들의 임무는 그들의 영적인 주체를 깨닫고 스스로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깨우침으로써 지식인층과의 투쟁에서 이겨내는 것이다. - 라몬 페르난데즈(Ramon Fernandez) Part 1 그의 저서 ‘국가론’에서 플라톤이 시인들을 어떻게 다루겠다고 적었는지 다들 기억하고 있는가? 그는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시인들을 사회에 남겨둘 수 없다고 말했다. 시에 담긴 힘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던 그는 시라는 텍스트에서 넘쳐 흐르는 파괴적인 힘이 완전한 사회에 가할 위협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그만큼 작가들의 존속에 관해 모두가 깊게 생각해 본 시기는 없었을..
2021.10.30 -
#043: 버트랜드 러셀,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17. 행복한 사람" (마지막)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글쓴이ㆍ버트랜드 러셀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영상 출처: 1 & 2) 제17 장: 행복한 사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의 일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처럼, 외부 환경에, 또 나머지 일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 책은 바로 후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으며 책을 통해 독자들이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행복을 위한 조리법은 사실 굉장히 간단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 여기엔 앞서 언급했던 크러치 씨(Mr. Krutch)를 뺄 수 없겠는데 - 행복이란 종교적인 유형의 규칙이나 신조가 없이 만들어내기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불행의 뿌..
2021.08.31 -
#042: 버트랜드 러셀,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9. 눈치" (7)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글쓴이ㆍ버트랜드 러셀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영상 출처: 1 & 2) 제9 장: 눈치 한 집에 같이 사는 사람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신과 사회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않고도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다. 사회에 자리 잡고있는 각각의 집단마다 각자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신념이 근본적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현대 사회의 고유한 특이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종교 개혁이 이루어졌을 때부터 - 누군가는 르네상스를 시작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그 색깔을 더 짙게 나타내고 있다. 당시 구교와 신교는 신학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실리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귀족들은 부르주아층이 받아들이지 ..
2021.08.27 -
#040: 버트랜드 러셀,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15. 비개인적인 관심사" (6)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글쓴이ㆍ버트랜드 러셀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영상 출처) 제15 장: 비개인적인 관심사 이번 장을 통해서 나는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의 거대한 관심사들보다는 그 사람의 일상에서 사로잡힌 일들로부터 쌓아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줄만한 활동들 또는 관심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평균적인 남성의 삶에서 그의 아내와 아이들, 일, 재정적 상황은 그가 골똘히 하는 생각들과 걱정들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설령 그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상대들이 존재한다고 한들, 그들은 남자와 가장 가까운 대상들만큼 그의 생각에 영향력을 쥐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일과 관련된 관심사들은 ‘비개인적 관심사'의 일부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과학계에 종사하는 사람..
2021.08.20 -
#038: 버트랜드 러셀,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12. 애정" (5)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글쓴이ㆍ버트랜드 러셀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영상 출처: 1 & 2 & BONUS) 제12 장: 애정 한 개인에게 있어 열정이 부족한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그 사람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점이며 이와 정반대로 어떤 이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그 무엇보다 많은 열정을 생성할 수 있다. 개인이 사랑받지 못 한다고 느끼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텐데, 스스로를 몹시 지독하게 평가하는 탓에 다른 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일이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하거나;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이 받은 사랑보다 사랑을 덜 받았거나; 아니면 그냥 단지 실제로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 그 공통적인 뿌리에는 어렸을 때 맞이한 불행으로 인해 낮게 ..
2021.08.15 -
#036: 버트랜드 러셀,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5. 피로" (4)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 글쓴이ㆍ버트랜드 러셀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영상 출처) 제5 장: 피로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피로감이 존재하며 그 중 몇몇은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다른 요소들에 비해 비교적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도로 위를 지키고 있다. 순수하게 신체적인 수준의 피로는 -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 오히려 행복의 원인이 되어주는 쪽이 많다. 몸이 피로할 땐 기분 좋은 수면욕과 적절한 식욕이 생기며 덤으로 휴일동안 보내는 즐거운 시간에 열정이 돋아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그 정도가 심해졌을 땐, 또 피로 만큼 악독한 문제도 없다. 가장 발달된 국가 몇몇 곳을 제외한 나라에서 소작농 일을 하는 여인들은 매번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노동을 하는..
20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