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그냥(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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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마그단 탈퇴 선언서 魔其魔其團 脫退 宣言書
나는 주어진 일을 하다가도 정말 내가 지금 잘하고 있긴 한건지, 도무지 감이 안잡힐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지적은 없어서 어떤 일을 계속 하다가도 칭찬이라도 한 번 들었다 치면 얼른 숨을 데부터 찾곤 한다. 고민 상담도 그런 식으로 갸우뚱하게 만드는 일 중에 하나다. 열심히 들으려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떤 점에서 내가 들어주는 모습이나 자세, 또는 말이 마음에 들은건지 - 어쩌면 정말 그냥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의 수 자체가 적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 많은 사람들이 내게 고민을 상담해오거나 외롭다고 호소한다. 어쨌든 그런 일환으로 오늘도 친구 OO에게 고민상담전화가 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작 만나자고 하면 만나질 않으니 통 모르겠다고,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는 것이 고민의 요였..
2022.06.15 -
Q.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것은?
Q.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것은? :침착맨의 해명 영상을 통해 본 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언어 문제 오성진 (20182117) 1. 침착할 수 없었던 침착맨의 어느 날 나는 늦은 나이에 편입을 하고 주로 혼자 작업 하는 번역일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생활의 주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휴식도 혼자 집에서 취하게 될 때가 많은데, 그런 내게 심적으로 안정감을 쥐어주는 매체는 유튜브의 침착맨 채널과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그리고 가끔씩 보는 유퀴즈가 전부이다. 주로 컴퓨터나 책의 글자들을 많이 보는 내게 이 매체들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니면 혼자서 밥을 먹을 때 틀어놓고 봐도 머리가 지치지 않을 정도의 온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할 일을 마..
2022.05.02 -
2022년 4월 어느 날, 실제로 벌어졌던 일
(그림 출처) 그게 얼마전이었는지 정말로, 진심으로 가물가물한데 - 15년전이었는지, 4년전이었는지 영 헷갈린다 - 우리 집에 조그마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온 날이 있었다. 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던 나는 그 검은 고양이를 너무도 반갑게 여겼다. 고양이와 놀기도 하고, 가끔씩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내 모습이 너무도 좋았다. 우리 둘은 마치 서로를 위해 태어난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이상한 일이 두 가지나 벌어졌다! 술을 마시거나 창피해할만한 일들을 치르고 난 뒤에도 술에 취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기는 커녕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두 번째로 신기했던 일은 이놈의 고양이의 몸집이, 대체 어느 틈에 집구석을 나가서 뭘 줏어먹고 돌아오는지 몰라도, 매일같이 정말 몰라볼 정도로 커져가는 ..
2022.04.28 -
쉼, 마지막: [Flight of the Navigator]
무엇을 해도 무기력하고 이렇다할만한 쉬는 기분이 들지 않아 '올바른 휴식법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거듭 질문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서 집에 갇힌 오늘 아침, 지금까지 제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삶을 우주를 여행중인 우주선에 비유해보자면, 목표지점이 설정되어있는 여행은 말그대로 여행, 또는 여정 내지는 항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렇지만 목표가 없다면 아무리 거창한 우주 속에서 떠다니는 근사한 우주선일지라도 표류할 뿐입니다. 저는 실행력이 없는 것도, 자신감이 없는 것도, 자존감이 특별히 낮은 것도,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확실한 목표(단기,장기)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표류선 안에서는 그 무엇을 해도 - 예를 들어 개츠비의 파티에 초청을 ..
2022.03.27 -
으악! 서른까지 한시간 사십칠분!
현재 시각 밤 10시 13분. 서른까지 1시간 47분 남았다. (으악!) 원래 이 글은 쓰지 않으려고 했다. 뭐, 물론 쓰자, 쓰자 생각이야 했지만 끝끝내 지독하게 안 쓸 것 같았다. 스물 아홉에서 서른이 된다는 일이 (그것도 한국 나이로!) 뭐가 그렇게 큰 일이라고, 하는 생각으로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하필 한 시간 남짓을 남겨두고 갑자기 조바심이 드는 바람에 몇 자 적어보기로 한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일몰, 그리고 한 해의 첫 일출은 많은 관심을 받는 데도 정말 간발의 차로 시간을 잘못 배정받았다는 이유로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올한해의 마지막 일출을 보러 집주변, 하늘공원에 올라갔었다. 그저께였는지, 어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와인을 왕창 마시고 다음날 힘이 ..
2021.12.31 -
쉼, 02: ['Z문장', 그리고 걷기]
최근에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 입으로 내뱉은 문장 하나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가치가 많이 섞여있을수록 좋겠지만 우선 편의를 위해 “오늘 저녁에 먹은 BLT샌드위치는 맛이 있었다"라는 문장을 사용해보겠습니다. 이 문장에는 발화자가 오늘 저녁을 먹었다는 사실, 당시 먹은 음식이 BLT샌드위치라는 사실, 그리고 화자가 그를 맛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및 사실)이 들어가 있습니다. (저는 논리학이라고는 개론 밖에는 들어보질 못 해서 제가 올바르게 용어들을 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위에서 처럼 분석될 수 있는 이 문장은 사실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의 발화자, A는 5살 여자아이입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낳은 순간 인생을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형..
2021.07.28 -
쉼, 01: [서문]
자전적인 글은 편지 형태로 써야 조금 더 잘 나오는 성격인건지 아니면 저도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성별이나 이름도 없는 ‘불특정 독자’를 상상하며 그 분에게 편지를 쓰듯이 ‘-습니다', ‘-요'같은 말투를 쓰게 된 점, 양해바랍니다. 얼마 전에 제가 재학중인 대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총 17회의 심리 상담의 마지막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스스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지만 예전부터 영화에 상담사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올 때면 ‘오, 해볼만 하겠는걸?’하고 늘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신청을 했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시작했었던 상담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이야기한 내용으로는 제 안에 남성성이 부족한 것 같다는 점과 외롭다..
2021.07.19 -
과정을 생각하는 마음
최근 들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사'라는 과목의 기말 과제를 작성하면서 뭔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도 들고 나는 무슨 과제도 이렇게 쓰고 앉아있나, 생각도 들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처음으로 앞으로 종종 글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다른 블로그를 만들기도 뭐하니 우선 여기에 올려보긴 하는데 이게 맞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뭐, 하다가 별로 안 내키면 그 때 가서 지우거나 다른 데로 옮기면 되겠죠? 그럼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를레히요, 오성진 드림 과정을 생각하는 마음 1. 글을 시작하면서 굉장히 어렸을 때, 그러니까 한 열다섯 쯤 되었을 때 어느날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보니 베란다에서 담배를 태우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셨..
2021.06.18 -
플레이리스트
매일 번역하면서 느낀 바를 적기만 한다면 뭔가 심심하겠단 생각에 어쩌다보니 느낀 바와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루치 번역 작업이 끝나고 무슨 음악을 올릴지, 오늘은 무슨 색깔의 배경으로 올릴지 고민하는 시간이 꽤 좋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따로 들으려고 지금껏 올린 음악들을 모아다가 플레이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봤는데 혹시 스포티파이를 쓰신다면 같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플레이리스트를 여기에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ENJOY! 👨🏻💻❤️🔥 The Pineapple Dishwasher · Playlist · 374 songs open.spotify.com 모두 건강하세요, 오성진 드림 (P.S. 아, 추가로 요건 제가 만든 플레이리스트 중에 또다른 애들인데 제목에 ..
202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