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학 (소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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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Haruki Murakami(村上春樹), The Year of Spaghetti
The Year of Spaghetti 스파게티의 해 글쓴이 · Haruki Murakami 일영 번역 · Philip Gabriel 영한 번역 · 오성진 (이미지 출처) 천-구백-칠십-일년은 스파게티의 해였다. 1971년에 나는 살기 위해 스파게티를 만들었고, 스파게티를 만들기 위해 살았다. 냄비에서 끓어오르는 연기는 나의 자부심이자 즐거움이었고, 소스팬에서 보글보글 졸여지는 토마토 소스는 내 삶의 위대한 희망이었다. 나는 주방용품 전문점에 가서 주방용 타이머와 독일 셰퍼드가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알루미늄 냄비를 사고, 외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이름의 양념 재료들을 구했다. 추가로 토마토 한 다발과 함께 서점에서 파스타 요리책도 한 권 샀다.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
2022.08.04 -
#076.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6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6 장 - 저녁 다섯시, 나는 크릴론 호텔 로비에서 브렛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도 나타나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며 나는 자리에 앉아 편지를 썼다. 그닥 만족스러운 편지는 아니었지만 크릴론 호텔 로비 종이에 적혀있으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어줄만한 내용이었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봐도 브렛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길래 바로 지하로 내려가 그곳에서 일하는 조지와 함께 잭 로즈를 마셨다. 바에도 브렛은 없었다. 나가는 길에 다시 한 번 그녀를 찾아 로비를 훑어보고 셀렉트 카페를 향해 택시를 탔다. 센느를 지나던 길에 바지선들을 줄줄이 견인한 채로 빠..
2022.04.16 -
#074.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5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5 장 - 아침에 나는 커피와 브리오쉬를 먹으러 수플러 가로 걸어갔다. 꽤 괜찮은 아침이었다. 더운 날, 이른 아침 특유의 좋은 기운이 공기 중에 돌고 있었다.다 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담배 한 대를 태웠다. 시장에서 걸어온 꽃가게 아가씨들은 오늘 들어온 식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법학대학을 향해 위쪽으로, 아니면 소르본 건물을 향해 아래쪽으로 걸어갔다. 그 외로도 일하러 가는 사람들과 트램들로 온거리가 북적였다. 나는 S 버스 뒷편에 올라타 마들렌까지 갔다. 그 곳에서 카푸신 거리 위를 걸어 오페라를 지나 내 사무실까지 ..
2022.04.01 -
#071.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4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4 장 - 동산을 올라 불이 켜진 광장을 지나간 택시는 어둠 속으로 계속해서 오른 뒤에 생 에티엔 뒤 몽 뒷편에 있는 어두운 거리까지 나아갔다. 그 뒤로 택시는 부드럽게 아스팔트를 따라 꽁뜨흐스꺄흑쁘 광장에 서있는 버스와 나무들을 지난 뒤, 무프타르 거리의 자갈길 위를 달렸다. 거리 양쪽엔 불이 환하게 켜진 술집들과 늦게까지 운영중인 상점들이 있었다. 떨어진 채로 앉아있던 우리는 오래된 길 위를 달리던 차가 흔들리면서 갑작스레 서로의 몸을 딱 붙이고 앉게 되었다. 브렛의 모자가 떨어졌다. 그녀의 머리는 뒤로 넘겨져 있었다. 나는 가게들에서 새어나온..
2022.01.24 -
#070: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3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3 장 - 봄날의 어느 밤, 나는 로버트가 떠난 뒤에도 나폴리튼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어둑해지는 하늘, 하나둘 불이 켜지는 간판들, 붉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기를 반복하는 신호등, 지나다니는 사람들, 다그닥다그닥 소리를 내며 택시로 가득찬 거리 위를 걸어다니는 마차들, 따로, 그리고 같이 먹을 음식을 찾아 돌아다니는 매춘부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다시 내 주변으로 시선을 옮겨 아름다운 여성이 내 테이블을 지나 도로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내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 뒤로 또다른 여성을 보고 있었는데 처음 지나간 여자가 다시 이쪽으로 돌아왔다...
2022.01.12 -
#069: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2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2 장 - 그 해 겨울, 로버트는 자신이 쓴 소설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고 꽤 좋은 출판사와 계약을 성사 시켰다. 그 후로 미국에서 갖은 일들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 와중에 프란시스가 그를 놓친 게 아닐까 싶다. 뉴욕에서 몇몇 여성들이 그를 잘 대해줬고 그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그는 딴판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미국을 그 어떤 때보다 더 찬양하고 있었고 더이상 예전처럼 단순하거나 마냥 착하게만 굴지도 않았다. 편집자들이 그의 소설을 두고 좋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해준 게 그의 머리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친 것이 틀림..
2022.01.07 -
#068: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1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1 장 - 로버트 콘은 한때 프린스턴 대학의 미들웨이트 복싱 챔피언이었다. 이런 말을 했다고 내가 그깟 복싱 타이틀에 연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말길. 단지 로버트에게 그 타이틀은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로버트는 복싱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아니, 오히려 복싱을 싫어했다고 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버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았던 수모를 겪으면서 불거진 열등감과 수줍은 성격을 이겨내기 위해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든 방식으로 복싱을 배워야만 했다. 그에게 거들먹거..
2022.01.06 -
#065: [크리스마스 특선] O. 헨리, "매자이의 선물"
The Gift of the Magi 매자이(Magi)의 선물 글쓴이ㆍO. 헨리 (O. Henry)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일 달러, 그리고 팔십칠 센트.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중 육십 센트는 페니(1센트) 단위로 있었다. 페니 단위는 시장 아주머니에게, 야채 가게 아저씨에게, 정육점 아저씨에게 들이닥치듯이 돈을 내밀면 한두푼은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귀중한 자원이었다. 물론 한 명이 델라의 씀씀이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까지 먹히는 작전이라는 얘기지만. 델라는 세 번이나 돈을 다시 세보았다. 일 달러, 그리고 팔십칠 센트. 다시 세보아도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크리스마스가 될 예정이었다. 이제 델라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조..
2021.12.15 -
#064: [크리스마스 특선] 마크 트웨인, "산타 클로스에게서 온 편지"
산타 클로스에게서 온 편지 (*마크 트웨인이 6살인 딸에게 산타인 척 쓴 편지) 글쓴이ㆍ마크 트웨인 번역ㆍ오성진 달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 성에서 크리스마스 아침에, 나의 사랑스러운 수지 클레멘스 양에게, 꼬마 아가씨와 여동생이 내게 보내 준 편지들은 전부 다 잘 받아서 읽었단다… 너와 여동생이 삐뚤빼뚤 쓴 아름다운 문양들은 아무 문제 없이 읽을 수 있더구나. 그런데 너가 너의 어머니와 보모들에게 부탁해서 적은 글자들은 읽기가 힘들었단다, 나는 외국인이라서 영어로 적힌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이 많거든. 봐서 알겠지만 너와 아기가 보낸 편지들에서 요청한 것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보냈단다 -- 어젯밤 자정에 너가 자고 있을 때 굴뚝을 타고 내려와서 전부 내 힘으로 선물들을 옮겨다 놨어 -- 그리고 둘 볼..
2021.12.12 -
XXX.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4 장" (1)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사진 출처) '아, 개츠비 번역 질린다'라는 생각을 한 쉰번째 할 때 쯤에 문득, '아 번역은 돈을 받기 위해서 하지만 번역 연습은 실력을 갈고 닦고 나 즐겁자고 하는 거였지?'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츠비는 잠시 쉬어갑니다. 그 대신에 벌써 한 이 주 정도 번역하고 싶었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선생님의 'The Author as a Producer(생산자로서의 작가)'라는 에세이(진짜 재밌음!)를 번역해보려고요. 그 에세이 끝나면 다시 개츠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참고로 그동안 개츠비 제4 장을 얼만큼 번역을 했는지 알려드리기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제4 장의 첫 번째 파트, 번역한 만큼 올려봅니다! 그럼, ..
202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