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 [크리스마스 특선] O. 헨리, "매자이의 선물"

2021. 12. 15. 23:30번역/문학 (소설)

The Gift of the Magi

매자이(Magi)의 선물

 

글쓴이ㆍO. 헨리 (O. Henry)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일 달러, 그리고 팔십칠 센트.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중 육십 센트는 페니(1센트) 단위로 있었다. 페니 단위는 시장 아주머니에게, 야채 가게 아저씨에게, 정육점 아저씨에게 들이닥치듯이 돈을 내밀면 한두푼은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귀중한 자원이었다. 물론 한 명이 델라의 씀씀이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까지 먹히는 작전이라는 얘기지만. 델라는 세 번이나 돈을 다시 세보았다. 일 달러, 그리고 팔십칠 센트. 다시 세보아도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크리스마스가 될 예정이었다.

이제 델라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조그맣고 낡은 소파에 엎드려서 울부짖는 일 뿐이었다. 그래서 델라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동엔 인생이란 결국 대체적으로 눈물과 훌쩍임, 그리고 훌쩍임이 가미 된 약간의 미소로 가득 차있다는 도덕적 성찰을 그대로 담겨져있었다.

이 집에서 주부라는 역할을 맡은 여인이 벌써 첫번째 울음에서 두번째로 진입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 부부의 집을 한 번 둘러보자. 꼴랑 낡은 가구 몇 개가 전부인 이 집은 주에 8달러짜리이다. 집밖에 거지들을 위한 집이라고 적혀있진 않지만 분명 멘디컨시 스쿼드(*mendicancy squad, 거지나 노숙자에게 잠시 머물 공간을 제공하는 경찰 조직)의 서류 상에는 “거지”라는 표현이 분명히 적혀있었다.

아래층 현관에는 어떤 편지도 들어간 적이 없는 우편함이 있었고, 그 위에는 산 사람 중 그 어떤 이도 누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초라한 초인종이 있었다. 그 밑에는 “제임스 딜링햄 영 씨(Mr. James Dillingham Young)"라고 적혀있는 카드가 아슬아슬한 자태로 붙어있었다.

“딜링햄"이라고 적혀있는 사인은 과거 그 이름의 주인이 주에 30달러를 버는 호황기를 누릴 때 찬바람에도 당당히 맞서 싸울 줄 알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급이 20달러로 줄어든 지금, “딜링햄"이라는 글자는 마치 더 이상 애매할 필요도 없이 제 주제를 알아차리고 글자 “D” 하나로 줄어들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처럼 전부 흐릿하게 변해있었다. 하지만 제임스 딜링햄 영 씨가 집에 도착하면 앞서 델라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제임스 딜링햄 영 부인(*Mrs. James Dillingham Young,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남편의 성 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함께 불려온 적이 있다.)이 그를 “짐"이라고 불러주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이 광경은 볼 때마다 매번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델라는 울음을 그치고 그녀의 볼을 해진 헝겊으로 닦았다. 그녀는 창문 앞에 가만히 서서 밖에 회색 뒷마당에 있는 회색 울타리 위를 걷고 있는 회색 고양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당장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그녀에게는 짐을 위해 사줄만한 돈으로 수중에 1.87달러가 전부였던 것이다. 그녀는 몇 달 동안 아낄 수 있는 페니란 페니는 다 아껴봤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결과란 고작 이게 전부였다. 주에 20달러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는 데 쓰는 비용은 그녀가 계산했던 것 보다 적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짐, 바로 그녀의 짐에게 선물을 사줄 돈으로 그녀에게는 오직 일 달러, 그리고 팔십칠 센트가 전부였던 것이다. 그녀는 짐을 위해 무엇을 사줄지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왔다. 그녀는 짐에게 소유될만한 가치가 있는 정교하고 귀한, 그리고 품격이 높은 물건을 찾았다.

아 안에 창문들 사이에는 피어 글래스(*pier glass, 창 사이 벽에 거는 체경, 물체가 어느 정도 반사된다.)가 있었다. 아마 당신은 방금 이 팔 달러 짜리 공간을 둘러보면서 피어 글래스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굉장히 마르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복잡하게 가로 줄이 여러 개 나있는 이 유리를 보며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름 정확하게 생김새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날씬한 델라는 이미 이 영역에 있어서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녀는 갑자기 몸을 빙빙 돌아 창가에서 떨어지고는 유리 앞에 가만히 섰다. 그녀의 두 눈은 금세 초롱초롱하게 변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십 초도 채 가지 않고 색깔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원래 길이만큼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도록 재빨리 머리를 풀어 헤쳤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점은 바로 제임스 딜링햄 영가에는 부부가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던 물품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짐의 할아버지, 그리고 짐의 아버지를 이어 짐이 물려 받은 금시계였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델라의 머리카락이었다. 설령 시바(Sheba)의 여왕이 그들의 집 건너편에 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델라가 머리를 말리기 위해 창 밖에 머리카락을 흩날리기 라도 하는 날엔, 여왕의 온갖 보석들과 그녀가 받은 선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될 정도였다. 그리고 만약 솔로몬 왕이 그가 지닌 모든 보물들을 지하에 쌓아두고 건물의 관리인으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짐은 솔로몬의 앞을 지날 때 마다 질투심으로 피어오르는 그의 표정을 보기 위해서 매번 그의 금시계를 꺼내보일 것이었다.

이제 다시 머리카락으로 돌아와보자. 그녀가 풀어헤친 머리카락은 마치 갈색의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며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그녀의 무릎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마치 그녀의 옷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머리를 쓸어올렸다. 떨리는 숨결을 참지 못하던 델라는 그녀의 눈물 한두방울이 낡은 붉은 색 카페트 위로 떨어질 때 까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래 된 갈색 자켓과 갈색 모자를 쓰고 바깥으로 향했다. 재빨리 바깥으로 향하는 그녀의 치마는 바람에 휘날렸고 그녀의 두 눈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으며 그녀는 문밖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 바깥 거리로 뛰쳐 나갔다.

그녀가 멈춘 자리에 사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마담 소프로니(Mme Sofronie). 머리카락과 관련 된 모든 상품 취급.” 즉시 문을 열고 계단을 뛰어 올라간 델라는 최대한 침착함을 찾으려 노력하며 숨을 헐떡였다. 마담은 몸집이 비대했으며, 피부가 너무 하얬고, 차가워 보였으며, 특히 “소프로니"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제 머리카락을 팔면 구매하시겠어요?” 델라가 물었다.

“내가 머리카락을 사긴 하는데,” 마담이 말했다. “우선 머리카락 상태를 봐야 할테니 모자를 벗어봐요.”

델라는 모자를 벗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갈색 폭포수처럼 다시 한 번 쏟아져내렸다.

“이십 달러,” 마담은 이렇게 말하고 숙련된 손짓으로 바닥에 흩뿌려진 머리카락들을 주워담았다.

“당장 내놔요,” 델라가 말했다.

오, 그 후로 두 시간 동안 우리의 장밋빛 날개를 단 여인이 얼마나 많이 뛰어다녔는지… 아, 거추장스러운 비유는 삼가하겠다. 그녀는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짐에게 줄 선물을 찾아 쉴새없이 뛰어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한 물건 앞에 우뚝 섰다. 그 물건은 존 말고는 그 어떤 이에게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 불보듯 뻔했다. 어느 상점에서도 이런 물건은 찾아볼 수 없었는 데, 이 사실은 그녀가 실제로 온 동네에 있는 상점을 죄다 들쑤셨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든 물건은 디자인이 간단하면서 정갈한 매력이 있는 플래티늄 시계줄이었는데 모든 좋은 것들이 그래야만 하듯이 시계줄은 저속한 장식품 같지 않고 외관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뽐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짐의 ‘그 시계'에게도 어울릴만 한 것처럼 보였다. 델라는 시계줄을 보자마자 그 시계줄이 바로 짐에게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시계줄은 꼭 짐과 같았다. 조용하면서 품격이 있는 시계줄의 두 성격은 짐의 그것과 꼭 맞아 떨어졌다. 점원들은 그녀에게서 시계줄을 대가로 이십일 달러를 받았고 델라는 팔십칠 센트를 들고 집으로 냅다 뛰었다. 이 시계줄만 있다면 짐은 누구와 있더라도 언제든 시간을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시계야 굉장했지만 여태껏 짐은 시계에 체인 대신에 달린 볼품 없는 가죽띠가 못미더워서 바깥에 있을 때면 가끔씩이나 시계를 흘겨볼 뿐이었다.

델라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서서히 제정신을 차리고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컬링 아이언(*curling iron, 머리를 말아주는 도구)을 꺼내 열을 가해 사랑이 듬뿍 담긴 마음 덕분에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독자 친구들, 이 머리를 마는 작업이란 언제나 힘든 작업임에 틀림 없었다, 상당히.

사십 분 안팎으로 짧게 말아올린 델라의 머리는 그녀를 귀여운 남학생처럼 보이게끔 만들었다. 그녀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주의깊게 들여다봤다.

“짐이 만약 벌컥 화를 내지만 않는다면,” 그녀가 혼잣말을 뱉었다, “나를 보고 코니 아일랜드의 코러스를 부르는 여자애처럼 보인다고 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걸… 으! 도대체 난 1달러 87센트로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한거야?”

저녁 7시가 되자 커피가 준비되었고 프라이팬은 이미 난로 위에서 몸을 충분히 달군 채로 음식을 요리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있었다.

짐은 한 번도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없었다. 델라는 손 안에 시계줄을 반으로 쥐고 그가 언제나 열고 들어오는 문과 가까운 테이블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 밑에 계단에서부터 들리는 짐의 발자국 소리를 듣자마자 델라의 표정은 창백하게 질렸다. 델라는 언제든 일상적인 것들을 두고도 소곤소곤 기도를 올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지금의 그녀는 이렇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하느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짐이 저를 아직도 예쁘다고 생각하게 해주세요.”

문이 열렸고 그 뒤로 짐이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오늘 아침보다 더 핼쑥해 보이던 짐은 굉장히 심각해보였다. 불쌍하기도 하지, 그는 기껏해야 스물둘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제 곧 가족이라는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게 될 예정이었다. 누가 봐도 그에게는 새 코트가 필요해보였고 그의 손에는 그 흔한 장갑 조차 없었다.

집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마치 메추라기의 냄새를 맡은 사냥개처럼 꼼짝 않고 서있었다. 그의 두 눈은 델라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델라로서는 읽을 수 없었고, 그 사실은 델라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게끔 만들었다. 짐의 눈 안에 담긴 것은 화도, 놀라움도, 실망감도, 두려움도, 또는 그 말고도 그녀가 마음 먹고 대비해둔 그 어떤 감정도 아니었다. 짐은 단지 특별한 감정이 담긴 두 눈으로 가만히 서서 말 없이 델라를 잠자코 바라볼 뿐이었다.

델라는 테이블에서 벗어나 그를 향해 달려갔다.

“짐, 자기야,” 그녀가 울부짖었다, “날 그렇게 바라보지 마, 내가 머리를 자른 이유는 크리스마스인데 자기한테 선물을 주지 않고 보내는 걸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야. 머리는 언제든지 다시 자랄거야, 괜찮지? 응? 꼭 해야만 했던거야. 내 머리는 무서울만큼 빠르게 자라잖아. ‘메리 크리스마스!’ 이렇게 말해줘 짐, 그리고 나랑 함께 웃자. 내가 당신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 얼마나 근사한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거야.”

“머리를… 자른거야?” 짐은 마치 아직도 너무도 훤하게 보이는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짐은 한참을 생각하는 듯이 보이더니 아직도 상황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잘라서 팔았어,” 델라가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날 좋아하지 않아? 머리, 그깟거 없어도 나는 여전히 나잖아, 아니야?”

짐은 아직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 보았다.

“그래서… 머리를 잘랐다고?” 그의 목소리엔 거의 바보 같은 기운이 묻어났다.

“찾을 필요도 없어 자기야,” 델라가 말했다. “팔았다니까, 팔고 이제 이 집에 내 머리카락은 없어.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야, 자기. 나를 잘 대해 줘, 내 머리카락은 바로 너를 위해서 떠난 거니까. 지금쯤이면 내 머리에 붙어있던 머리카락에 가격표가 붙어있을거야,” 그녀는 갑자기 한껏 귀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당신을 향한 내 사랑에 가격을 매길 수는 없을거야. 배고프지 않아, 짐? 바로 저녁 준비할까?”

짐은 멍한 상태에서 빠르게 깨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델라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는 십 초 동안 잠시 반대 편에 있는 저 아무 상관 없는 물건을 바라보자. 일주일에 팔 달러를 버는 것과 일 년에 백만 달러를 버는 것, 둘 사이에 차이점이 뭘까? 위대한 수학자나 철학자라도 당신에게 옳은 정답을 건네줄 수 없을 것이다. 매자이(magi)들이란 인물들은 가치있는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 둘에겐, 그리고 이 집에는 그런 선물이 없었다. 이 슬픈 사실은 뒤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겠다.

짐은 외투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오해하지 마, 델,” 그가 말했다, “나를 두고 오해하지 말라는 말이야. 머리를 자른다고, 설령 면도를 한다고, 아니면 샴푸를 바꾼다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만약 저 선물을 펼쳐보면 내가 왜 계속 멍을 때리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거야.”

델라의 하얀 손가락은 종이를 만지작 거리며 서서히 리본을 풀었다. 그리고 엄청난 희열에 감싸인 소리를 내지른 델라는… 오, 하나님! … 곧장 서럽게 흐느끼며 울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와락 품어주는 나무 판자 바닥의 신의 품속으로 풀썩 안겼다.

짐이 준비한 선물 봉투가 있던 자리엔 빗 세트가 놓여있었다. 하나는 옆머리용이었고 또 하나는 뒷머리를 빗는 용이었는데, 이 빗 세트는 델라가 브로드웨이의 어느 상점의 유리 창문 앞에서 한참을 빤히 바라봤던 것이었다. 근사한 빗들이었다. 거북이 등껍질로만 이루어진 빗에는 보석이 군데군데 박혀있었고, 마치 이제는 제자리에 없는 델라의 아름다운 머릿결에 완벽히 잘 어울릴 것 처럼 보였다.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두 빗은 굉장히 비싸다는 사실은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에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빗을 봤을 때 그녀는 단순히 예쁜 빗들을 갈망했을 뿐, 그 빗들을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 빗들이 그녀의 것이 되자 때마침 그 황홀한 빗들의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은 같은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가슴 품안에 두 빗을 와락 안고 시간을 조금 보낸 뒤에 마침내 찡그린 눈으로 미소와 함께 올려다보며 짐에게 “내 머리는 워낙에 빨리 자라잖아, 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뜨거운 화로 위에 올라간 고양이처럼 갑자기 뛰어 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오, 오!”

짐은 아직 그가 받아 마땅한 아름다운 선물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손바닥을 펼쳐 흥분한 채로 짐에게 선물을 넘겨주었다. 귀중하고 차분한 은색 물체는 꼭 밝고 희망에 찬 델라의 영혼에 비쳐져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근사하지 않아, 짐? 온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찾은 거야. 이제 하루에 시간을 몇 번이나 확인해야 할 거야. 시계를 줘 봐. 시계에 찼을 때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

그녀의 말에 따르는 대신, 짐은 소파 위에 쓰러져 머리 뒤에 손을 올리고 씩하고 웃어보였다.

“델,” 그가 말했다, “우리 각자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들은 당분간 치워두자. 그냥 단순한 선물로써 사용하기엔 둘 다 너무 좋은 걸. 자기한테 선물로 줄 빗 세트를 사기 위해서 시계를 팔아버렸거든. 자, 이 시점에 저녁을 준비하면 딱 좋을 것 같아.”

독자 여러분도 알고 있다시피 매자이들은 마굿간에 놓여진 아이에게 선물들을 주는 현명한 -- 굉장히 현명한 --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문화는 그들이 창시한 것이다. 현명한 그들의 선물들은 죄다 의심할 겨를도 없이 현명하게 준비되었으며, 모방품이 만들어질 것을 대비해 언제든 물물교환이 가능한 물품들이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나는 당신들에게 호사롭지 못한 집 안에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가장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집안에서 각자가 가장 아끼는 보물들을 희생한 두 불쌍한 영혼들의 사연을 재미도 없는 방식으로 들려주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의 현명한 사람의 입을 빌어 이야기를 건네주자면, 오늘날 선물을 나눈 사람들 중에 이 둘만큼 현명한 이들도 없었을 것이다. 선물을 주고 받는 모든 이들 중에 이 둘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 어디서든 그들이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이 시대의 매자이들이다.


원문 출처: 자유 이용 저작물인 O. 헨리(O. Henry)의 'The Gift of the Magi'을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여기에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