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 15:38ㆍ번역/문학 (소설)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 제5 장 -
아침에 나는 커피와 브리오쉬를 먹으러 수플러 가로 걸어갔다. 꽤 괜찮은 아침이었다. 더운 날, 이른 아침 특유의 좋은 기운이 공기 중에 돌고 있었다.다 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담배 한 대를 태웠다. 시장에서 걸어온 꽃가게 아가씨들은 오늘 들어온 식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법학대학을 향해 위쪽으로, 아니면 소르본 건물을 향해 아래쪽으로 걸어갔다. 그 외로도 일하러 가는 사람들과 트램들로 온거리가 북적였다.
나는 S 버스 뒷편에 올라타 마들렌까지 갔다. 그 곳에서 카푸신 거리 위를 걸어 오페라를 지나 내 사무실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나는 폴짝이는 개구리들을 내놓은 남자 한 명, 복서들이 싸우는 장난감을 지닌 남자 한 명을 지나쳤다. 모형 복서들을 움직이는 실을 쥐고 있는 소녀 조수를 피하기 위해 길의 가장 옆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여자 아이는 다른 곳을 보는 척 하면서도 손에는 실을 꼭 쥐고 있었다. 남성은 여행객들에게 복서 장난감을 사라고 설득했다. 세 명의 여행객들이 더 등장해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했다. 조금 더 걸어가다보니 롤러를 들고 도보에 ‘CINZANO’라는 이름을 묽은 글씨로 그리던 남성도 발견했다. 모든 이들이 일을 하러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일을 하러 가는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은 나를 기쁘게 해줬다. 난 건너편 거리로 걸어가 계단을 타고 내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올라간 나는 프랑스 조간 신문을 읽고 담배를 태운 뒤에 타자기 앞에 앉아 아침에 해내야 하는 일들을 해치웠다. 열한시에는 프랑스 외무성으로 건너가 열댓명의 특파원들과 함께 앉았다. 외무성의 대변인으로 나온 프랑스의 신임 외교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삼십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평의회 의장이 리옹시에서 연설을 하는 중이었거나 연설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한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은 단순하게 말을 위한 말들을 늘여놨고 신문사에서 온 몇몇만이 정말 정답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딱히 중요하다싶은 소식은 없었다. 나는 조무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울시와 크럼과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제이크, 밤에는 도대체 뭘하시는거죠?” 크럼이 물었다. “통 뵐 수가 없어요.”
“아, 저는 번화가 쪽에 주로 있어요.”
“저도 그쪽으로 종종 들립니다. 딩고, 거기 괜찮지 않나요?”
“거기 괜찮죠. 거기 아니면 이번에 새로 나온 더 셀렉트라는 장소도 괜찮아요.”
“거기 가보려고 마음 먹은지 꽤 됐죠,” 크럼이 말했다. “그래도 어떤지 아시잖아요. 저처럼 아내랑 아이들이 있으면 그런 장소에 가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테니스도 치시나요?” 울시가 물었다.
“아니요,” 크럼이 말했다. “올해 한번도 치지 못했던 것 같네요. 매번 해야지 해야지, 하지만 매주 일요일마다 비가 오는 바람에… 게다가 테니스장은 매번 사람들로 가득해서요.”
“영국인들은 죄다 토요일마다 쉬는 모양이더군요,” 울시가 말했다.
“운도 좋은 놈들,” 크럼이 말했다. “뭐, 그래도 언젠가 퇴사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목표대로면 그 때쯤 저에게는 시골에 가서 푹 쉴만한 시간이 충분하겠죠.”
“바로 그거예요. 조그만 차 한 대를 두고 시골에 사는 거, 꿈같은 삶이죠.”
“내년쯤에 차 한 대를 구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난 창문을 두드렸다. 기사는 차를 멈췄다. “여기가 제 사무실이 있는 거리예요,” 내가 말했다. “들어와서 한잔 하시죠.”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크럼이 말했다. 울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치만 저희는 오늘 아침에 그 사람이 말한 내용을 정리해야 해서요.”
나는 2프랑짜리 동전을 크럼의 손에 쥐어주었다.
“제이크, 장난이겠죠,” 그가 말했다. “이 택시비는 제가 내는 겁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사무실 돈인걸요.”
“아녜요. 제가 내고 싶어요.”
난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고 크럼은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수요일 점심 시간에 봬요.”
“좋죠.”
엘리베이터를 통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로버트가 나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안녕, 제이크,” 그가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갈래?”
“그거 좋지. 해야할 일이 있나만 체크해볼게.”
“어디서 먹고 싶어?”
“어디든.”
나는 내 책상을 살펴보았다. “너는 어디서 먹고 싶어?”
“웻즐네 식당은 어때? 거기 오르되브르가 꽤 괜찮거든.”
레스토랑에 도착한 우리는 오르되브르와 맥주를 시켰다. 소믈리에는 장식이 달린 커다란 잔에 차가운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그가 가져온 오르되브르는 열가지 종류가 넘었다.
“어젯밤에 재미 좀 봤어?” 내가 물었다.
“아니. 별로였어.”
“글 쓰는 건 어떻게 되가고 있어?”
“별로야. 이 두 번째 책은 어떻게 써야 될지 감도 못잡겠어.”
“안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
“아, 그건 확실히 알지.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봐.”
“남아프리카에 가는 건 아직도 생각중이야?”
“그거 진심이었어.”
“그래, 그럼 왜 아직까지 안 가고 있는거야?”
“프란시스 때문이지, 뭐.”
“그럼,” 내가 답했다, “프란시스랑 같이 가면 되잖아.”
“별로 좋아하지 않을거야. 그런 여행을 좋아할만한 성격이 못되거든. 프란시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
“그런 성격을 가졌으면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해.”
“그럴 수 없어. 프란시스에게 어느 정도 지켜야만 하는 선이 있는걸.”
로버트는 얇게 썰린 오이들을 제치고 절인 청어를 집어들었다.
“제이크, 브렛 애슐리라는 아가씨에 대해서 알고 있는거 거있어?”
“'애슐리 아가씨'라고 불리기를 좋아하지. 브렛은 그녀의 본명이고. 괜찮은 사람이야,” 내가 말했다. “지금 이혼절차를 밟고 있고 그 후에는 마이크 캠프벨이랑 결혼할 예정인 모양이야. 마이크란 사람은 지금 스코틀랜드에 있고. 왜?”
“정말 말도 안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더군.”
“그렇지.”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그녀한테는 어떤 특이한 색깔이 있는 것처럼만 보여. 완전 세련되면서 올곧기까지 하다고 할까.”
“괜찮은 사람이야.”
“그 사람 특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 로버트가 말했다. “아마 유전적인 거겠지.”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데.”
“맞아. 그녀랑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거야.”
“그 여자는 술에 빠져 살아,” 내가 말했다. “게다가 마이크 캠프벨이라는 사람한테 빠져서 그 사람이랑 결혼을 할 예정이라고. 마이크란 사람은 조만간 말도 안 되는 부를 얻을 예정이고.”
“과연 그 여자가 마이크라는 남자랑 과연 결혼할까, 난 잘 모르겠는데.”
“그건 어떻게 내린 결론이야?”
“몰라. 그냥 직감이야. 그 여자, 안 지 오래됐어?”
“그렇지,” 내가 말했다. “내가 전쟁에 있는 동안 병원에서 알던 구급 간호 봉사대원이었어.”
“그 때는 완전 애기였겠네.”
“지금은 서른 넷이야.”
“언제 결혼했어?”
“전쟁 중에. 그녀의 진정한 사랑은 어느 이질병 환자를 만나면서 뿌리를 내렸지.”
“너 지금 말투가 너무 차가운데.”
“미안해. 일부러 그런건 아니야. 그냥 사실만 알려주려다보니 그런 것 뿐이야.”
“그래도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결혼할 타입으로는 보이지 않던데.”
“뭐?” 내가 말했다. “두 번이나 결혼했는데?”
“그런 얘기는 믿기지 않아.”
“그래,” 내가 말했다, “내 답을 믿지도 않을거면 이상한 질문들은 하지도 마.”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잖아.”
“브렛 애슐리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게 뭔지 물어본 거 아니야?”
“그렇다고 그녀를 욕하라고 한 건 아니었잖아.”
“계속 그렇게 딴지를 걸 생각이면 지옥에나 떨어져.”
로버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그마한 오르되브르 뒤로 선 로버트는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다.
“앉아,” 내가 말했다. “허튼 생각하지마.”
“방금 한 말 취소해.”
“무슨 애들도 하지 않을 짓을 하고 있어.”
“취소해.”
“알았어. 원하시는대로. 브렛 애슐리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어. 됐나?”
“아니. 그거 말고. 나한테 지옥에 떨어지라고 한 말.”
“그래, 지옥에 가지 마,” 내가 말했다. “가지 말고 여기에 있어. 이제 겨우 점심 먹으려고 하잖아.”
로버트는 다시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 앉았다. 로버트는 다시 앉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다시 앉는 것 말고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기나 했을까? “가끔 너무 심한 말을 할 때가 있어, 제이크.”
“미안.내가 입이 좀 거칠잖아. 그렇게 말할 때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어.”
“나도 알아,” 로버트가 말했다. “너는 정말 내 친구 중에 최고야, 제이크.”
이렇게 딱할수가, 하고 생각했다. “내가 말한 건 그냥 잊어,” 내가 말했다. “미안해.”
“아냐. 괜찮아. 잠깐 마음이 조금 상한 것 뿐이야.”
“그래. 이제 뭘 좀 먹자.”
점심을 다먹은 우리는 카페 드 라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로버트는 다시 브렛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나는 최대한 그 주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우리는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하고 함께 내 사무실로 올라갔다.
*원문 출처: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The Sun Also Rises'를 번역했습니다. 이 작품은 올해, 2022년 1월 1일에 들어서 자유 이용 저작물로 등록되었으며 책을 볼 수 있는 링크는 여기에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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