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학 (소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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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7: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3 장" (완)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3 처음으로 놀러온 그의 집에 너무 늦은 시간까지 있었다는 생각에 몰려오는 민망함을 누르면서 난 개츠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무리 사이에 몸을 낑겨 넣었다. 기회를 엿보다가 개츠비에게 나는 사실 오늘 이른 저녁부터 그를 찾아다녔었고 정원에서 못 알아본 건 다시 한 번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신경쓰지 마세요,” 그가 내게 열정적으로 일러주었다. “전우님, 그렇게 생각 하실 필요 없습니다.” 분명 친근하게 다가와야 할 그 특유의 호칭은 내 어깨를 따뜻하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보다 덜 친근하게 와닿았다. “아, 그리고 저희 내일 아침 아홉시에 같이 하이드로 플레인 시승하기로 한 것도 잊지 마세요.” 그..
2021.10.18 -
#056: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3 장" (2)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2 “어떻게 생각하나?” 중년의 남성은 우리에게 다급한 투로 질문을 던졌다. “뭐가요?” 그는 손을 뻗어 거대한 책장을 가리켰다. “저거에 관해서 말일세.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을걸세. 내가 이미 다 확인해봤거든. 저기 있는 책들은 전부 진짜야.” “책들이요?”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지도 다 넘겨지고 글자도 제대로 박혀있고, 전부 완전한 진짜 책들이지. 나는 처음에 그냥 카드보드로 만든 줄로만 알았거든. 그런데 다 확인해보니 하나같이 진짜였어. 페이지도 다 넘겨지고 글자도… 여기로 와보게! 내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보여주지.” 남자는 회의적인 표정으로 서있는 우리의 모습..
2021.10.14 -
#054: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3 장" (1)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제3 장 Part 1 이웃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여름밤 곳곳에 새어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파란색 정원엔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남녀들이 나방 마냥 샴페인과 유명인들이 있는 곳에 몰려들었다. 파도가 밀려오는 오후, 파티의 방문객들은 개츠비의 고무보트에서 다이빙을 즐기거나 뜨거운 모래 위에 드러누워 내리쬐는 햇빛에 몸을 태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일 때도 있었다.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는 버스로 변해 아침 아홉 시 부터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각종 사람들을 이곳저곳으로 데려다줬고 월요일 아침에는 정원사를 포함한 여덟 명의 비서들이 빗자루와 걸레, 그리고 망치와 정원 도구 등을 들고 하루종일 전날 벌어졌던..
2021.10.10 -
#053: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2 장" (완)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3 “봐요, 제 말이 맞죠?” 캐서린은 호기롭게 외쳤다. 그리고 그녀는 언니의 눈치가 보였는지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내게 말해주었다. “사실은 톰의 아내 때문에 둘이 떨어져있는거예요. 그 사람이 가톨릭교라서 이혼을 허락해줄리가 없는 모양이에요.” 분명 데이지가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거짓말이 너무도 그럴싸해서 하마터면 깜빡 속아넘어갈 뻔 했다. “언니랑 톰이 결혼하게 되면,” 캐서린은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둘은 상황이 잠잠해질 때 까지 서부에서 지낼거예요.” “오히려 유럽에 가서 사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할 텐데요.” “오, 유럽을 좋아하세요?” 그녀가 놀란 듯 소리쳤다..
2021.10.07 -
#052: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2 장" (2)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2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택시는 158번가에 길고 하얀 케이크 한 조각 처럼 생겨난 한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윌슨 여사는 마치 자신이 살던 동네로 오랜만에 돌아온 왕족처럼 주변을 한 번 훑어보더니 강아지는 한 쪽 팔에, 다른 쪽 팔에는 오늘 구매한 여러가지가 든 가방들이 들린 채로 위풍당당하게 건물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맥키 부부한테 올라오라고 해야겠어요,”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머틸이 말했다, “물론 그리고 제 여동생도 부를거예요.” 건물에 제일 윗층에 있는 그녀의 집에는 작은 거실, 작은 다이닝 룸, 작은 침실 하나, 그리고 작은 욕실 하나가 있었다. 거실에는..
2021.10.05 -
#051: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2 장" (1)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제2 장 Part 1 웨스트 에그와 뉴욕에 중간쯤, 마치 차도가 버려진 땅을 피하려고 몸부림이라도 치는 것 마냥 사백 미터 남짓되는 거리 동안 철로에 들러붙는 구간이 있다. 이 곳은 바로 잿더미가 자라나는 협곡이다, 잿가루들은 곡식처럼 산등성이와 경사로 위에 자라나며 집과 굴뚝, 그 곳에서 흘러나오는 연기, 그리고 굉장한 노력 끝에 겨우겨우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변했다가도 바람에 날려 흩뿌려진다. 가끔씩 줄줄이 달리는 회색 차들이 보이지 않는 차도 위를 따라 기어다니다 소름끼치도록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멈춰 설 때가 있다. 그 후에는 차에서 회색빛 삽들을 들고있는 잿빛 사나이들이 튀어나와 도무지 안을 볼..
2021.10.01 -
#050: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1 장" (완)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3 베이커 양과 나는 아무 의미도 담기지 않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난 말이라도 건네보려고 입을 열었지만 베이커 양은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쉿!”하고 경고 신호를 보냈다. 방안에서는 들릴듯 말듯한 대화소리가 흘러나왔고 베이커 양은 창피하지도 않은지 소리를 엿듣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웅얼거리던 소리는 한자리에서 만나 고조되었고, 또 다시 낮아지다가도 확 커졌다가 일순간에 약속한듯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내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말했던 개츠비라는 사람, 실은 제 이웃이…” “이야기하지 마세요. 무슨 말이 오가고 있는지 듣고 싶단 말이예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나는 무고한 ..
2021.09.26 -
#049: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1 장" (2)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2 톰의 목소리는 그의 외관이 뿜어내는 아우라와 어긋나는 일 없이 낮고 거칠었다. 톰의 내뱉는 말들에는 어딘가 가부장적인 증오심 비스무리한 감정이 담겨있었는데,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느낌이 전달되었고 대학교 시절엔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자자, 내가 말한대로만 진행될거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고,”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너보다 더 강하고, 더 남성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야.” 우리는 학생회 생활을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비록 톰과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난 언제나 그가 나를 인정해주고 나로 하여금 톰만의 거칠고 고집스러운 열정이 섞인..
2021.09.25 -
#048: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제1 장" (1)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그녀를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황금 모자를 써라. 높이 뛸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녀를 위해서도 높이 뛰어봐라. 그녀가 “내 사랑, 황금 모자를 쓰고 높이도 뛸 수 있는 내 사랑, 난 당신을 가져야만 겠어요!”라고 외칠 때 까지. -토마스 파케 딘빌리에즈 (THOMAS PARKE D’INVILLIERS) 제1 장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나약했던 시절, 아버지께서는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을 맴맴 돌고 있게 된 조언 하나를 건네주셨다.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이 들거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주어졌던 모든 혜택을 누려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렴.” 아버지께서는 그 외..
2021.09.22 -
#047: 샬롯 퍼킨슨 길먼, "누런 벽지" (완)
누런 벽지 글쓴이ㆍ샬롯 길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3 요즘엔 전보다 훨씬 더 재밌는 나날들을 보내는 중이야. 이젠 내게도 뭔가 기대할 만한게 생겼거든, 고대하면서 바라볼 만한 무언가 말이야. 요즘엔 존 말대로 정말 식욕도 많이 좋아졌고 전보다도 많이 조용해졌어. 존은 내 상태가 나아지는걸 보는게 그렇게 좋은가 봐! 요번에는 혼자 웃더니, 나한테 벽지가 있는데도 내 상태가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 난 대꾸도 안 하고 웃기만 했지. 존한테 내가 나아지고 있는 이유가 사실은 바로 그 벽지 때문이라고 밝힐 필요는 없잖아, 말해봤자 비웃기만 할텐데 뭘. 어쩌면 날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어. 이젠 벽지 안에서 뭔가를 찾기 전에는 이 곳을 떠나고 싶지도..
202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