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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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4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4 장 - 동산을 올라 불이 켜진 광장을 지나간 택시는 어둠 속으로 계속해서 오른 뒤에 생 에티엔 뒤 몽 뒷편에 있는 어두운 거리까지 나아갔다. 그 뒤로 택시는 부드럽게 아스팔트를 따라 꽁뜨흐스꺄흑쁘 광장에 서있는 버스와 나무들을 지난 뒤, 무프타르 거리의 자갈길 위를 달렸다. 거리 양쪽엔 불이 환하게 켜진 술집들과 늦게까지 운영중인 상점들이 있었다. 떨어진 채로 앉아있던 우리는 오래된 길 위를 달리던 차가 흔들리면서 갑작스레 서로의 몸을 딱 붙이고 앉게 되었다. 브렛의 모자가 떨어졌다. 그녀의 머리는 뒤로 넘겨져 있었다. 나는 가게들에서 새어나온..
2022.01.24 -
#070: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3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3 장 - 봄날의 어느 밤, 나는 로버트가 떠난 뒤에도 나폴리튼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어둑해지는 하늘, 하나둘 불이 켜지는 간판들, 붉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기를 반복하는 신호등, 지나다니는 사람들, 다그닥다그닥 소리를 내며 택시로 가득찬 거리 위를 걸어다니는 마차들, 따로, 그리고 같이 먹을 음식을 찾아 돌아다니는 매춘부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다시 내 주변으로 시선을 옮겨 아름다운 여성이 내 테이블을 지나 도로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내 시야에서 사라진 그녀 뒤로 또다른 여성을 보고 있었는데 처음 지나간 여자가 다시 이쪽으로 돌아왔다...
2022.01.12 -
#069: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2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2 장 - 그 해 겨울, 로버트는 자신이 쓴 소설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고 꽤 좋은 출판사와 계약을 성사 시켰다. 그 후로 미국에서 갖은 일들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 와중에 프란시스가 그를 놓친 게 아닐까 싶다. 뉴욕에서 몇몇 여성들이 그를 잘 대해줬고 그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그는 딴판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미국을 그 어떤 때보다 더 찬양하고 있었고 더이상 예전처럼 단순하거나 마냥 착하게만 굴지도 않았다. 편집자들이 그의 소설을 두고 좋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해준 게 그의 머리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친 것이 틀림..
2022.01.07 -
#068: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제1 장
The Sun Also Rises 그럼에도 태양은 오른다 글쓴이 · Ernest Hemingway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 제1 장 - 로버트 콘은 한때 프린스턴 대학의 미들웨이트 복싱 챔피언이었다. 이런 말을 했다고 내가 그깟 복싱 타이틀에 연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말길. 단지 로버트에게 그 타이틀은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로버트는 복싱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아니, 오히려 복싱을 싫어했다고 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버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았던 수모를 겪으면서 불거진 열등감과 수줍은 성격을 이겨내기 위해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든 방식으로 복싱을 배워야만 했다. 그에게 거들먹거..
2022.01.06 -
#067: 에리히 프롬, "사랑이라는 이름의 예술, Page 22-38"
The Art of Loving 사랑이라는 이름의 예술 글쓴이 · Erich Fromm 번역 · 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ge 22 - 38 (...) 사랑은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정 영향 같은 개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행하면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즉 사랑은 “그 안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직접 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사랑의 활동적인 성격은 근본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 바로 주는 데에 있다는 점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준다는 것은 어떤걸까? 쉬워 보일지도 모르는 질문이지만 사실 준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그 안에 애매한 부분들과 복잡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무언가를 준다는 행위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2022.01.01 -
#066: The Public Domain Review, "더 남쪽으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에드거 앨런 포와 아서 고든 핌의 대칭적 관계"
더 남쪽으로 :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에드거 앨런 포와 아서 고든 핌의 대칭적 관계 글쓴이 · 존 트렉(John Tresch) 번역 · 오성진 발간일 · 2021년 6월 16일 (표지 사진 출처) 1838년, 미국에서 남해를 향해 탐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던 당시, 에드거 앨런 포는 남쪽으로의 탐방을 모방한 소설을 출간했다. 존 트렉은 포의 소설에서 묘사된 남쪽으로의 기묘한 여행을 설명하며, 이 기이한 여정 안에 담긴 의미를 고찰해본다. 1853년, 매튜 폰테인 마우리(Matthe Fountaine Maury)가 남태평양을 기록한 파일럿 차트에서의 세부요소. — 자료 출처. 1837년 5월, 미국 경제에 갑작스러운 제동이 걸리면서 전국적인 공황을 자아냈으며 마틴 밴 뷰렌(Martin Va..
2021.12.23 -
#065: [크리스마스 특선] O. 헨리, "매자이의 선물"
The Gift of the Magi 매자이(Magi)의 선물 글쓴이ㆍO. 헨리 (O. Henry)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일 달러, 그리고 팔십칠 센트.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중 육십 센트는 페니(1센트) 단위로 있었다. 페니 단위는 시장 아주머니에게, 야채 가게 아저씨에게, 정육점 아저씨에게 들이닥치듯이 돈을 내밀면 한두푼은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귀중한 자원이었다. 물론 한 명이 델라의 씀씀이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까지 먹히는 작전이라는 얘기지만. 델라는 세 번이나 돈을 다시 세보았다. 일 달러, 그리고 팔십칠 센트. 다시 세보아도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크리스마스가 될 예정이었다. 이제 델라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조..
2021.12.15 -
#064: [크리스마스 특선] 마크 트웨인, "산타 클로스에게서 온 편지"
산타 클로스에게서 온 편지 (*마크 트웨인이 6살인 딸에게 산타인 척 쓴 편지) 글쓴이ㆍ마크 트웨인 번역ㆍ오성진 달에 있는 세인트 니콜라스 성에서 크리스마스 아침에, 나의 사랑스러운 수지 클레멘스 양에게, 꼬마 아가씨와 여동생이 내게 보내 준 편지들은 전부 다 잘 받아서 읽었단다… 너와 여동생이 삐뚤빼뚤 쓴 아름다운 문양들은 아무 문제 없이 읽을 수 있더구나. 그런데 너가 너의 어머니와 보모들에게 부탁해서 적은 글자들은 읽기가 힘들었단다, 나는 외국인이라서 영어로 적힌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이 많거든. 봐서 알겠지만 너와 아기가 보낸 편지들에서 요청한 것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보냈단다 -- 어젯밤 자정에 너가 자고 있을 때 굴뚝을 타고 내려와서 전부 내 힘으로 선물들을 옮겨다 놨어 -- 그리고 둘 볼..
2021.12.12 -
#063: 발터 벤야민,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完)
The Task of the Translator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글쓴이ㆍ발터 벤야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3 번역가의 역할을 위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번역가에게 과연 올바른 길이란 어떤 길일지, 훨씬 더 애매하고 이해불가한 형태로 보인다. 실제로 순수 언어의 씨앗을 번역이라는 형식 안에 심어다가 온전히 클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 생각해보자, 한 문서에 담긴 메세지를 재생산해내는 과정이 더이상 날카롭게 처리될 수 없는 경지에서 멈춰버린다면 이러한 끝을 전제로 하는 기반으로 세워진 땅에, 그 안에 어떤 씨앗이 있다고 한들,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닌가? 이 질문을 회의적인 시선을 통해서 바라본다면, 번역에게 있어 앞..
2021.12.01 -
#062: 발터 벤야민,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2)
The Task of the Translator 번역가의 진정한 역할 글쓴이ㆍ발터 벤야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2 번역을 통해 언어 간의 연결고리가 모습이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히 원본과 비스무리한 느낌을 가진 문서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결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단순히 유사성이란 오직 연결고리가 존재할 때에만 발현되는 특성이 아니라는 점 하나로 설명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연결고리(kinship)”는 보다 조금 더 좁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두 개체가 만나는 첫 지점, 근원만 가지고는 제대로 설명될 수 없다. 모든 역사적인 문맥을 제쳐놓고 두 언어 간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각 언어로 쓰인 문학 작..
202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