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7. 01:15ㆍ번역/문학 (소설)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Part 3
“봐요, 제 말이 맞죠?” 캐서린은 호기롭게 외쳤다. 그리고 그녀는 언니의 눈치가 보였는지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내게 말해주었다. “사실은 톰의 아내 때문에 둘이 떨어져있는거예요. 그 사람이 가톨릭교라서 이혼을 허락해줄리가 없는 모양이에요.”
분명 데이지가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거짓말이 너무도 그럴싸해서 하마터면 깜빡 속아넘어갈 뻔 했다.
“언니랑 톰이 결혼하게 되면,” 캐서린은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둘은 상황이 잠잠해질 때 까지 서부에서 지낼거예요.”
“오히려 유럽에 가서 사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할 텐데요.”
“오, 유럽을 좋아하세요?” 그녀가 놀란 듯 소리쳤다. “전 이번에 몬테 카를로에 다녀왔어요.”
“그렇군요.”
“네, 이제 딱 일 년 정도 지났겠네요. 아는 여자애랑 다녀왔죠.”
“얼마나 계셨어요?”
“아, 길게 있던 건 아니고 그냥 갔다가 바로 온 수준이었어요. 마르세이유를 경유해서 갔었죠. 처음엔 수중에 천이백 달러 정도 있었는데 으슥한 방에 한 번 초대됐다가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결국 돈을 다 날려버렸어요.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힘들던지. 그 동네 이야기만 하면 진절머리가 다 날 정도예요!”
난 잠시 동안 창밖에 지중해의 하늘처럼 예쁘게 피어오른 늦은 오후의 하늘을 바라보고 생각을 비우려고 했지만 맥키 여사의 긁는 듯한 목소리가 나를 다시 방 안의 혼돈 속으로 나를 끌어내렸다.
“나도 한 번 실수를 저지를 뻔한 적이 있어요,” 그녀는 혈기 가득한 투로 말했다. “저를 몇 년동안이나 쫓아다니던 멍청한 사내놈이랑 결혼할 뻔했죠. 전 그 남자가 제 밑이라는 걸 알고 있었죠. ‘루실, 나에 비해서 저 사람은 너무 보잘 것 없어!’ 주변 모든 사람들이 제게 계속해서 말해주곤 했죠. 하지만 제가 체스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이 분명 저를 낚아챘을거예요.”
“그렇군요, 하지만,” 머틀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말했다, “적어도 그런 남자랑 결혼하지는 않으셨잖아요.”
“물론이죠.”
“아쉽게도 저는 그런 남자랑 결혼했어요,” 머틀이 호기롭게 말했다. “그게 바로 저희 둘의 차이점인 것 같네요.”
“왜 결혼한거야, 머틀?” 캐서린이 따지듯이 말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잖아.”
머틀은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그 사람이 신사인줄로만 알았지,” 그녀가 말했다. “그 사람한테 다른 남자들한테는 없는 뭔가가 있는줄로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이는 내 신발을 핥을 자격도 없는 남자였지.”
“한동안 그 사람한테 푹 빠져있었잖아,” 캐서린이 말했다.
“빠져있었다니!” 머틀이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살면서 내가 저기 있는 저 남자한테 지금 빠져있는 것 보다 그 사람한테 더 빠져있던 적은 없었어.”
머틀은 갑자기 나에게 손가락을 가리켰고 덕분에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나는 허둥지둥 제스처를 취하며 저 여자의 과거가 나와는 아무 연관도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내가 그나마 그이한테 푹 빠져본건 그 사람이랑 결혼하던 때 뿐이야.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난 바로 내가 큰 실수를 저질러버렸다는걸 알았어. 그이는 다른 사람의 양복을 빌려다가 결혼식에 참석한 걸 나한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이가 없을 때 우리 집에 자기 옷을 찾으러 온 양복 주인을 통해 그 이야기를 알게 되었지,” 머틀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이게 당신 옷이라고요?’ 내가 말했지.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데요.’ 결국 그 사람한테 옷을 건네줬어. 그 날, 난 침대에 누워서 오후내내 울었어.”
“언니는 당장이라도 그 사람한테서 도망쳐야 해요,” 캐서린이 내게 말을 이어나갔다. “둘이 그 차고지에서 산 지도 벌써 십일 년이나 됐어요. 그 와중에 톰은 언니가 여태껏 그 이 외로 유일하게 만나본 남자구요.”
“취기가 없어도 기분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한 캐서린을 제외하고 사람들은 위스키 - 오늘의 두 번째 병을 열었다 - 를 끊임없이 마셔댔다. 톰은 전화로 청소부를 불러 유명한 샌드위치 집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오라고 말했다, 아마 그들에겐 그것만큼 완전한 저녁식사가 없을 것 같았다. 난 밖으로 나가 천천히 내려앉는 황혼을 마주한 채로 동쪽에 있는 공원을 향해 걷고 싶었지만 내가 나가려고 할 때마다 자꾸만 날이 선 말들이 오갔기 때문에 난 별말없이 가만히 들어야만 하는 입장을 지켜야만 했다, 밧줄로 의자에 묶인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노란 창문을 통해 밀려들어오는 도시의 전경은 서로의 비밀을 파묻고 깎아내리던 그들로 하여금 서서히 창문쪽으로 걸어가 조금씩 어두워지는 거리의 풍경을 즐기도록 만든 모양이었다. 여기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이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밖에 있었다, 쉴새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인생에 감탄하다가 역겹다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내게 갑자기 의자를 끌고 온 머틀은 따뜻한 숨과 함께 그녀가 처음 어떻게 톰을 만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내 위에 쏟아부었다.
“왜, 전철을 타다보면 마지막까지 남게 될 때가 있잖아요, 그 날이 그런 날이었는데 그 때 톰이랑 저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었죠. 저는 제 동생이랑 하루동안 같이 지내기 위해서 뉴욕으로 향하고 있던 차였어요. 톰은 점잖은 수트를 입고 멋진 가죽 신발을 신고 있었죠. 톰에게서 눈을 잠시라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이가 저를 쳐다볼 때마다 저는 톰 머리 위에 걸린 광고판을 쳐다보는 척을 했죠. 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제 옆에 서있었고 톰의 셔츠가 제 팔에 딱 붙어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경찰을 부른다고 말해봤지만 이미 톰은 제가 거짓말을 치고 있단 것쯤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저는 저이랑 같이 택시에 탔을 때 너무 흥분해서 차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 길이 없었죠. 그 때 저는 머릿속으로 하나만 계속 생각했어요. ‘머틀, 평생 살 수는 없는 노릇이야. 평생 살 수는 없어’라고요.”
갑자기 방 안은 맥키 여사 쪽으로 고개를 돌린 머틀의 가식적인 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자기야,” 그녀가 외쳤다, “내가 이 드레스 다 입고나면 이 드레스를 자기한테 꼭 줄게요, 내일 어차피 드레스 하나 더 구할거거든요. 사야 될 것들을 죄다 적어놓은 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판이야. 마사지, 강아지 목줄, 요즘 그 스프링을 만질 수 있게 나온 귀엽게 생긴 재떨이 같은 것 말이야. 리스트를 적어놓아야 까먹지를 않지.”
그 때 시간은 분명 아홉 시였는데 시간을 확인하고 거의 바로 내 시계를 꺼내 다시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침은 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릎 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잠에 든 채로 의자 위에 앉아있는 맥키 씨의 모습은 마치 꼭 무슨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 같았다. 난 손수건을 꺼내다가 그의 볼 위에 오후 내내 신경쓰이던 거품을 닦아주었다.
The little dog was sitting on the table looking with blind eyes through the smoke and from time to time groaning faintly. People disappeared, reappeared, made plans to go somewhere, and then lost each other, searched for each other, found each other a few feet away. Some time toward midnight Tom Buchanan and Mrs. Wilson stood face to face discussing in impassioned voices whether Mrs. Wilson had any right to mention Daisy's name.
테이블 위에 앉아있던 강아지는 무고한 눈으로 연막으로 덮인 듯이 어지러운 방 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끙끙거렸다. 사라졌다가도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던 사람들은 어딘가로 떠날 계획을 세우다가도 서로를 놓치고, 서로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몇 피트 떨어진 곳에서 다시 손을 얼싸잡기를 되풀이했다. 자정이 다 되어갈수록 톰 뷰캐넌과 머틀은 각자의 얼굴을 마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과연 머틀에게 데이지의 이름을 언급해도 되는 것일지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데이지! 데이지! 데이지!” 머틀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 데이지! 데이…”
톰은 짧고 강하게 그녀의 뺨을 갈겼는데, 이로 인해 머틀의 코가 부러졌다.
그 다음엔 욕실 바닥에 피묻은 타올들이 늘어져있었고, 고통으로 가득한 현장을 나무라는 듯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술에서 깨어난 맥키 씨는 몸을 비틀거리며 문쪽을 향하여 걸어갔다. 반쯤 걸어갔을 때, 그는 뒤를 돌아 현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아내와 캐서린은 사방팔방 넘어지면서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혼내고 위로하기 바빴다. 그들 주변엔 약품으로 가득찬 가구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쯤 죽어가는 듯 소파에 누워 피를 질질 흘리고 있는 머틀의 모습이었다. 맥키 씨는 다시 등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나도 샹들리에에 걸려있는 내 모자를 챙겨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언제 한 번 점심이라도 먹으러 와요,” 둘 다 엘리베이터에서 끙끙거리고 있던 찰나, 맥키 씨가 내게 말했다.
“어디로요?”
“어디든지.”
“레버에서 손을 놓아주시죠,” 엘리베이터 보이가 맥키 씨에게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이런, 실례했군.” 맥키 씨가 품위를 지키며 되받아쳤다, “내가 여기에 손을 올리고 있는 줄 몰랐네, 이해해주게.”
“그러죠,” 내가 말했다, “저야 좋죠.”
...난 맥키 씨의 침대 옆에 서있었고 그는 이불을 반쯤 덮은 채로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속옷만 걸쳐 입은 그의 손에는 두꺼운 포트폴리오가 쥐어져있었다.
“미녀와 야수… 외로움… 늙은 말… 브루클린 브릿지(Brook’n Bridge)…”
그 이후에 이미 정신이 반 정도 나가버렸던 나는 펜실베니아 역의 차가운 아래층에 상태로 엎드린 채로 조간신문을 넋놓고 바라보면서 네 시부터 움직일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문 출처: 자유 이용 저작물인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The Great Gatsby'을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여기에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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