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마지막: [Flight of the Navigator]

2022. 3. 27. 11:18기록/그냥


무엇을 해도 무기력하고 이렇다할만한 쉬는 기분이 들지 않아 '올바른 휴식법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거듭 질문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양성 판정이 나서 집에 갇힌 오늘 아침, 지금까지 제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삶을 우주를 여행중인 우주선에 비유해보자면, 목표지점이 설정되어있는 여행은 말그대로 여행, 또는 여정 내지는 항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렇지만 목표가 없다면 아무리 거창한 우주 속에서 떠다니는 근사한 우주선일지라도 표류할 뿐입니다. 저는 실행력이 없는 것도, 자신감이 없는 것도, 자존감이 특별히 낮은 것도,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확실한 목표(단기,장기)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표류선 안에서는 그 무엇을 해도 - 예를 들어 개츠비의 파티에 초청을 받아 하룻밤 진탕 논다고 한들, - 표류를 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표류가 아니라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경로에 맞게 항해중인 우주선 안에서는 무엇을 해도 꽤나 편안한 마음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저희에게 한정된 언어로는 완벽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깨달은 바가 맞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완벽하게 충족할만한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과 외로움은 늘 함께하겠지만 스스로에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라고 다독일 수 있도록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껏 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번역으로 돈을 벌 수 있을 때 까지 번역 연습'이 제 뚜렷한 목표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목표는 하도 떠벌리고 다녀서인지, 아니면 중간중간 잘 오고 있는지 상기시켜줄만한 단기 목표들을 설정하지 않아서인지, 그 무게감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단기 목표를 설정해 여러분 앞에 당당한 번역가로 설 수 있는 날이 올 때 까지 갈고 닦겠습니다. 삶의 바닥을 찍고나면 올라갈 수 있다고들 흔히 이야기하죠. 저는 바닥을 딛고 바로 위로 헤엄쳐나갈 줄 알았는데 바닥에서 누군가에게 잡혔던 것 같아요. 그게 누구였는지 내내 알고 있었지만 오늘에서야 제 눈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번역을 제공해줄 수 있도록 더욱 더 정진하겠습니다,

오성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