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4. 22:46ㆍ번역/문학 (소설)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Part 2
“어떻게 생각하나?” 중년의 남성은 우리에게 다급한 투로 질문을 던졌다.
“뭐가요?”
그는 손을 뻗어 거대한 책장을 가리켰다.
“저거에 관해서 말일세.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을걸세. 내가 이미 다 확인해봤거든. 저기 있는 책들은 전부 진짜야.”
“책들이요?”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지도 다 넘겨지고 글자도 제대로 박혀있고, 전부 완전한 진짜 책들이지. 나는 처음에 그냥 카드보드로 만든 줄로만 알았거든. 그런데 다 확인해보니 하나같이 진짜였어. 페이지도 다 넘겨지고 글자도… 여기로 와보게! 내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보여주지.”
남자는 회의적인 표정으로 서있는 우리의 모습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책장으로 달려가 ‘스토더드 강의록(Stoddard Lectures) 1권’을 들고 왔다.
“이걸 봐!” 중년의 남성은 승리감에 젖은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인쇄되어 있어. 여기에 내가 완전히 넘어간게 아니겠나. 이 집 주인은 벨라스코(David Belasco)나 다름없네. 이런 승리가 있다니. 얼마나 섬세한지! 리얼리즘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나! 그렇다고 너무 오버하지도 않았어, 페이지를 자르지 않았거든. 굉장하지 않나? 정말 대단하지 않나?”
그는 벽돌 하나라도 빠지면 서재 전체가 곧바로 무너질수도 있다고 중얼거리며 내게서 책을 앗아가고는 얼른 다시 원래 위치에 강의록을 꽂아넣었다.
“이 파티엔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온건가?” 그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온건가? 난 누군가를 따라왔네. 여기 온 사람들 대부분 누군가를 따라서 들어오곤 하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경계하듯이 바라보던 조던은 어딘가 신나보였다.
“루즈벨트라는 이름의 여인이 날 여기로 데리고 왔네,” 남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클라우드 루즈벨트 부인.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 어젯밤에 만난 여자일세. 난 오늘로 거의 일주일째 취해있는데, 이 서재에 앉아있으면 취기가 좀 가실까 했었지.”
“그래서 상태는 좀 나아졌나요?”
“조금 효과는 있었던 것 같아. 정확히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여기에 온지 한 시간 밖에 안 됐거든. 아 참, 내가 책에 관해서 말해줬던가? 저 책들은 전부 진짜일세. 페이지도 다 넘겨지고…”
“그건 이미 말해주셨어요.”
우리는 그와 슬픈 악수를 나누고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정원에서는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늙은 남성들은 영원히 악덕스럽게 굴러갈 것만 같은 굴레 안으로 어린 여자들을 떠밀어 넣었고, 연배가 꽤 있는 커플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하지만 나름 교양있는 자태로 서로의 손을 잡고 원을 따라 돌고 있었다. 그리고 짝도 없이 파티를 즐기던 다수의 여성들은 혼자서 춤을 추거나 오케스트라 단원이 들고 있는 무거운 악기를 잠깐씩 들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이 이루어내는 가벼운 분위기는 자정이 되기 전까지도 계속해서 고조되어 갔다. 유명한 테너가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르다가 다시 또다른 유명한 콘트랄토가 재즈를 부르기를 번갈아 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특이한 행동들을 반복했고 속이 텅 빈 웃음소리는 여름 하늘 저편까지 올라갔다. 극단에서 “쌍둥이"역으로 활동 중인 두 여자는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둘은 좀전에 같이 대화를 나눴던 샛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었다 - 무대용 복장을 입고 둘 다 아기처럼 행동하는 쇼를 벌였고 핑거 보울보다 커다란 잔에 담긴 샴페인이 사람들에게 나뉘어지고 있었다. 달은 점점 더 높이 떠올랐고, 롱 아일랜드 사운드에는 은색 음율이 두둥실 흐르고 있었다.
조던은 아직 내 옆에 있었는데, 우리는 내 나이 또래의 남성, 그리고 뜬금없는 순간에 괴팍한 웃음소리를 터뜨려대는 젊은 여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제야 조금 편안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거 보울에 담긴 샴페인을 두 잔 마시고 나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굉장한 것으로 변해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지루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 남자가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얼굴이 낯이 익네요,” 그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전쟁 당시에 3사단에 계시지 않았나요?”
“그걸 아시다니. 맞아요, 제9 기관총 대대에서 근무했었어요.”
“전 1918년 6월까지 제7 보병 연대에서 근무했어요. 분명 어디서 본 것 같더니, 신기하네요.”
우리는 잠시 동안 프랑스에 있는 어느 회색의 습기 짙은 작은 마을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에 하이드로 플레인을 샀고 내일 아침에 처음으로 시승해볼 예정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물어보나마나 이 동네 근처에 사는 사람인 것 같았다.
“전우님, 저와 함께 같이 타실래요? 여기 앞 해변가를 따라서 탈 예정이에요.”
“몇 시에요?”
“전우님께서 시간을 정해주시면 그 때 맞춰서 해보죠.”
그의 이름을 물어보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막 차올랐을 때, 조던이 우리 쪽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보네요?” 그녀가 물었다.
“너무 말이 잘 통하는 분을 만난 것 같은데요.” 난 그렇게 말하고 새로이 알게 된 남자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런 파티는 처음이에요. 호스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파티라니, 저는 바로 요 앞에 살거든요,” 난 보이지 않는 내 집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이 집의 주인인 개츠비라는 사람이 자기 운전사를 통해 초대장을 보내줘서 오게 되었죠.”
잠시동안 남자는 내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식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제가 개츠비예요,” 그가 말했다.
“뭐라고요?”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 방금 한 말은 잊어주세요.”
“저는 전우님께서 알고 계신줄로만 생각했어요. 제가 더 나은 호스트가 되어 드리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는 이해한다는 - ‘이해한다’는 표현이 부족해 보일 정도의 이해심이 담겨있었다 - 눈빛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궁극의 신용이 느껴질 정도의 그 미소는 아마 살면서 네다섯 번 정도 볼까말까한 유형의 미소였다. 그는 일순간 마치 외부세계를 한꺼번에 담대하게 바라보는 것만 같았는데, 그 직후에는 바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내게 집중함으로써 나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을만큼 나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지니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의 미소는 정확히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만큼의 내 모습만 받아들여 주었고, 스스로 믿는 모습대로의 내 모습 그대로 믿어주었으며 더 나아가 지금 내가 늘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왔던 나의 최선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안심을 심어주었다. 그의 기운에 감탄을 하고있던 찰나, 한 순간에 그의 아우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내 앞엔 품위 있는 젊은이 한 명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의 나이는 얼추 서른보다 한두 살 많아보였는데 그의 품격있게 말을 뱉는 습관 덕분에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전부 우아해보였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전부터 난 그가 단어 하나라도 매우 신중하게 골라가며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거의 개츠비 씨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난 직후에 그의 집사가 황급히 달려와 시카고에서 누군가 그를 찾는 전화를 했다고 일러주었다. 개츠비는 일어서서 잠시 실례하겠다고 말하며 나에게 한 번, 그리고 조던에게 한 번씩 일일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전우님, 원하는게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하세요,” 그가 부추기듯이 말했다. “그럼 저는 잠시. 나중에 다시 찾아올게요.”
그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난 조던을 향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좀전까지만 해도 난 개츠비라는 사람이 뚱뚱한 몸을 가졌고 가식적인 중년의 남성인 줄로만 알았던 터라 그녀에게 내가 실제로 개츠비를 만나고 얼마나 놀랐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저 사람은 대체 누구죠?” 나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뭐 아시는거 없나요?”
“이름이 개츠비죠.”
“제 말은 저 남자,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 아세요? 무슨 일을 하는지라도?”
“당신도 어쩔 수 없이 빠져들었군요,”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했다. “글쎄요, 한 번은 저한테 자기가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라고 하던데요.”
내 상상 속에서 그의 배경이 잠시나마 그려지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그 다음에 한 말 때문에 내 상상 속 그림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전 그 말을 믿지 않아요.”
“왜죠?”
“몰라요,” 그녀가 말했다, “그냥 그 대학을 나온 사람 같지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을거라고 말하던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와 유사한 구석이 있었지만 동시에 내 호기심을 자극시키기도 했다. 난 개츠비가 루이지아나의 늪지나 뉴욕의 빈민가에서 자랐다고 해도 분명 믿었을 것이다.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내가 봤을 때 젊은 사람이 아무 것도 없는 지역에서 자라 갑자기 도시로 올라와서는 롱 아일랜드 사운드라는 부유한 지역에 위치한 궁전을 샀을거라는 가설은 쉽사리 믿어지지가 않았다.
“쨌든 확실한건 저 사람이 큰 규모의 파티들을 연다는거죠,” 조던은 여느 도시사람들 처럼 뭔가 확실하게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눈치로 다른 말을 꺼냈다. “그리고 전 큰 규모의 파티들을 좋아하고요, 은밀한 구석이 있잖아요. 작은 파티에는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제공되는 일이 없죠.”
그 때 둥, 하고 베이스 드럼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오케스트라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의 목소리가 정원 전체에 떠들썩하게 울렸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가 외쳤다. “개츠비 씨의 요청을 받아 저희는 이 시대의 작곡가, 블라디미르 토스토프께서 지난 오 월에 카네기 홀에서 처음으로 공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곡을 연주해드릴까 합니다. 신문을 읽으신다면 이 곡이 얼마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계시겠죠.” 그는 관중을 향해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커다란 반향!”하고 크게 외쳤고 군중은 그의 말에 따라 모두 크게 웃었다.
“이 곡의 제목은,” 남자는 끈적하게 말을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토스토프의 세계 재즈 역사(Vladimir Tostoff’s Jazz History of the World)' 입니다.
나는 대리석 계단 맨 위에 서서 한 그룹에서 다른 그룹을 찬찬히 뿌듯한 눈길로 보고 있는 개츠비를 바라보고 있던 터라 토스토프라는 작곡가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곡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개츠비의 그을린 피부색은 그의 매력적인 얼굴에 잘 어울렸고 그의 짧은 머리는 마치 누군가 매일 끝마디를 정돈해주는 것 처럼 깔끔했다. 그에게서는 일말의 사악한 느낌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 다음엔 과연 개츠비와 사람들 사이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벽이 느껴지는 이유가 그가 술을 안 마시기 때문일지 궁금해졌다, 그는 마치 군중이 광기에 젖어들수록 오히려 점점 더 침착해지는 중인 듯 했다. “세계 재즈의 역사"가 끝났을 때 여성들은 강아지 마냥 남성들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여성들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몰려들어 몸을 뒤로 젖혀 그대로 몸을 눕혔는데, 그렇게 누워도 누군가는 그들을 왈칵 안아줄 거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도 개츠비에게는 등을 들이밀거나 그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는 일은 없었으며 개츠비 머리 뒤에 현악기 연주자들이 불쑥 나타나 연주하는 일도 없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어느새 우리의 곁에는 일전에 봤던 개츠비의 집사가 서있었다.
“베이커 양?” 그가 말했다. “즐기시는 와중에 죄송하지만 개츠비 씨가 따로 이야기를 나누시고 싶다고 하시는군요.”
“저랑요?” 조던은 놀라움에 젖어 높은 소리를 냈다.
“맞습니다, 마담.”
조던은 놀란 눈썹을 치켜올려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집사를 따라 집안으로 향했다. 그녀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옷들은 전부 운동복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운동하는 사람 특유의 통통튀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녀는 마치 햇빛이 바짝 내리쬐는 어느 맑은 날 아침, 골프 코스에서 걷는 법을 처음으로 배우는 아기처럼 보였다.
난 그렇게 혼자 남겨진 뒤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다 되었다. 얼마 동안 테라스 쪽, 수많은 창문이 달린 방에서 특이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던과 함께 온 학부생남은 두 명의 코러스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게 같이 놀자고 제안했고 난 서둘러 그들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방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일전에 노란 옷을 입고 있던 여자 중 한 명은 피아노를 치고 있었고 그녀 옆에는 유명한 악단 출신의 젊은 여성이 그녀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꽤나 많은 양의 샴페인을 마신 모양인지 노래를 부르던 중간에 갑자기 세상만사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여자로 변해있었다. 혹여나 노래에 소리가 끊기는 구간이 있을 때면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다가도 다시 하이톤의 소프라노 목소리로 노래가 이어지곤 했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내렸지만, 그녀의 눈가에 두껍게 칠해진 색 덕분에 눈물이 자유롭게 떨어지진 못하는 대신, 아주 느리고 검은 물줄기를 진하게 만들어냈다. 관중 중에 누군가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비아냥대자 그녀는 피아노 연주를 멈추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녀의 남편이라고 떠들어대는 인간하고 싸운 모양이야,” 내 어깨 옆에 서있던 여자가 내게 일러주었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공간에 남아있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그들의 남편이라고 떠들어대는 인간들”하고 싸우고 있는 듯이 보였다. 조던과 함께 앉아있던, 이스트 에그 출신의 부부도 싸우고 있었다. 남자 중 한 명이 젊은 여배우와 대화를 나누던 모습을 발견한 여자가 상황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다가 금세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팔을 휘두르며 남자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녀는 몇 번이고 그의 옆에 예고없이 나타나서 “약속했잖아!”라고 소리를 질렀다.
집에 돌아가기 싫어하는 마음은 남성들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닌 모양이었다. 복도엔 안타까울 정도로 정신이 말짱해보이는 남자 둘과 또 왠일인지 엄청나게 화가 난 그들의 아내들이 대치하는 중이었다. 아내들은 높은 톤의 목소리로 서로를 보며 불쌍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내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마다 매번 집에 가고 싶대요.”
“살면서 그렇게나 이기적인 남자 얘기는 또 처음이네요.”
“저희는 이 파티를 가장 먼저 떠나는 사람들일거예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잘들 모르시나본데,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에요,” 남자 중 한 명이 순진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오케스트라가 떠난지도 벌써 삼십 분이 지났어요.”
두 여인이 그가 하는 말은 애초에 믿을 필요가 없는 허풍이라고 말하던 도중 잠시 말소리가 끊기더니 곧이어 두 여자가 남자들에게 들쳐 업혀 공중에 양발을 격하게 흔들거리는 장면과 함께 소란은 일단락 됐다.
내가 비서가 내 모자를 가져다줄 때 까지 복도에서 기다리던 동안 서재의 문이 열리더니 조던과 개츠비가 나왔다. 그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몇 가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의 풀어진 듯한 행동도 그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다시 완전히 품격을 갖추던 일전의 기운을 금세 찾았다.
조던과 함께 온 사람들이 성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대던 와중에도 그녀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를 나누기 위해 잠시 동안 복도에 서있었다.
“방금 저 방 안에서 정말 굉장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저랑 개츠비가 저 안에 얼마나 있었죠?”
“뭐, 한 시간 정도… 였던 것 같은데요.”
“정말… 끝내줬어요,” 그녀는 모호하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분명히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벌써부터 당신의 흥미를 자극시키고 말았네요.” 그녀는 내 얼굴에 대고 품격 있는 하품을 뿜어냈다. “나중에 저를 한 번 찾아와요… 전화번호부… 전화번호부에서 시고니 하워드 부인의 이름을 찾으면 돼요, 제가 함께 살고 있는 이모거든요…” 그녀는 그렇게 마지막 인사말을 건네며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신이 났는지 계속 손을 흔들던 조던은 곧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원문 출처: 자유 이용 저작물인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The Great Gatsby'을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여기에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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