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0. 14:49ㆍ매일/번역
1) 자자, 할일은 뒤지게 많은데 피곤하고 정신없습니다. 빨리 빨리 합니다, 실시. (실시!) 우선 띄어쓰기에 관한 생각을 적습니다, 그리고 쪼끄만 단락 남은 글 번역 마무리 합니다. 복명복창! (...) 그 다음에는 퇴고하지말고(안 하는 이유는 따로 적습니다) 일찍이 뽑아둔 원고를 읽습니다. 신.경.써.서. 읽습니다, 실시. (실시!)
2) *띄어쓰기에 대하여 문득 든 생각: “생각과 행동에 유연함을 해치는 ‘규칙들’은 좋지 않습니다"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규칙이나 철학, 믿음, 또는 정제된 생각 없이 살다가는 이 연필이랑 저 연필도 구분하게 되고 방금 마신 물 한 잔과 지금 마시는 물 한 잔도 다르게 볼 것이다. 그렇다가는 우리의 머리가 터져서 주변의 사람들이 코를 막으며 뒷정리를 해줘야 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길. 그렇기 때문에 왠만한 틀, 규칙, 생각은 좋다고 보는 쪽이다, 나는. 그럼에도 예전부터 한국어에서의 띄어쓰기는 정말 불규칙적이고 알기 힘든 분야라고 생각하며 지레 겁먹어 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띄어쓰기를 체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프레임으로 텍스트를 보다보니 전부 다 예외적 상황으로만 보이기도 하게 되고, 그렇다보니 머리속에 들어오는 것이 있을리가. 번역을 시작하고 처음 안 것이 국립국어원 직원분들은 꽤나 친절하시단 점이었고 사실 상 그 어떤 헷갈리는 법칙도 검색하면 결국 다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 내멋대로 요약해보자면 -- 띄어쓰기란 품사가 다른 앞 단어의 마지막 자와 뒷 단어의 첫 자 사이에 공간을 넣어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규칙은 내 머리속에 어쩐지 잘 끼워맞춰졌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띄어쓰기가 헷갈릴 때면 앞단어와 뒷단어 사이의 품사 차이가 있나부터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마냥 “에잉, 띄어쓰기는 참 어려워” 같은 말로 넘겨버렸던 일이 각 단어를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신경써준다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번역/언어 쪽의 지식을 축적해나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게 되었다. 각 문장, 단어, 글자를 존중하고 독자의 시선을 이해하는 번역가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화이팅하자으아!
3) 오늘따라 난리법석인 이유는 실제로 짧은 90분 안에 할 일이 많아서이다. 짧게 하나만 적고 바로 번역 마무리 작업을 하러 도망가보자면, 오늘 교수님과 면담중에 교수님께서 글을 쓴 뒤에 최소 일주일이란 시간은 두고 애정이 조금 식었을 때쯤 다시 돌아와서, 그 때 퇴고를 하라고 하셨다. 무라카미 선생님도 비슷한 원리로 원고를 서랍안에 고이 모셔놓고 왠만큼 시간이 지난 후에 퇴고를 시작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조언에 따라 오늘 마칠 번역문은 정확히 7일 뒤에 퇴고를 해볼 생각으로 마치자마자 바로 원고를 읽겠다.
4) (하나만 더!) 저번에 말한대로 따로 A4용지를 들고와서 읽기를 앞둔 원고를 뽑았기 때문에 조금 든든한 시작이다. 이거저거 쓰느라 17분이 흘렀다, 얼른 번역하러 가보자.
5) “Western medicine, through sheer claim of objectivity, marginalised traditional, and subsequently termed, "folk medicine", while (...)” 이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에서 “term”을 어떻게 바라볼지가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동사에 자주 적용되는 -d, -ed; 형용사 ‘~와 같은'이라는 의미에 자주 적용되는 -ish, -esque; 부사에 자주 적용되는 -ly; 등등의 표현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품사를 지닌 단어에 앞서 말한 표현들을 뒤(또는 앞)에 붙임으로써 다른 품사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치 “너 행정반에서 일 안 하는거 아는데 지금 우리 애가 휴가 나갔잖아. 잠깐 근무 좀 봐줘라"하는 식으로다가.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동사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term”의 동사형태의 의미, “무언가의 호칭이나 명칭을 정해주다"라는 뜻으로 자동적으로 해석해버리면 큰일난다. 찝찝해서 몇 번 읽어보니까 이건 명사형태의 “term”(기간)을 동사형태로 바꿨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고, 그만큼 다른 새로운 단어를 볼 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6) 다음 글 후보군들의 제목은 "Black on Black"과 "Rambling Reflections: On Summers in Switzerland and Sheffield"이다. 오늘 기분으로는 두 번째걸로 가야겠지. 저번 건 아무래도 찝찝하니까 이번 건 글을 관통하는 주제, 그리고 화자가 그를 통해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 것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하자. ... (5분 뒤) ... 망할, 읽으려고 했는데 쿠키니 뭐니 모든 페이지에 무슨 이상한 창이 떠서 텍스트가 이상해졌네. 앞으로는 잊지 말고 이거 처리하고 프린트하고 오늘은 되는 일이 없는 모양이니까 아쉬운대로 인터넷으로 읽자.
오늘의 단어: 본 (접두사가 아니기 때문에 띄어서 써주어야 함) / depot / mount / dwarf (O) / Little person (O) / midget (fuck no) / Puerto Rico (= American territory) / significant other / garlic press / marginalised (s) / term (noun + verb)
'매일 >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6/12 (0) | 2021.06.12 |
---|---|
2021/06/11 (0) | 2021.06.11 |
2021/06/09 (0) | 2021.06.09 |
2021/06/08: 깔끔한 생두부 보다는 더부룩한 치킨쪽이 아무래도 (0) | 2021.06.08 |
2021/06/07 (0) | 2021.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