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5: 관중이 뛰쳐나갈 때 연주자가 어련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란

2021. 5. 25. 20:42매일/번역

 

 

 

1) 오늘 퇴고만 해도 겨우 될까말까네. 신기하다, 퇴고를 이렇게 길게 할 생각하니까. 좀 교정된 것 같네, 이 부분에 있어서는. 

 

2) “보드"는 “게임판"이란 한국어 뜻이 있는 엄연한 외국어이다. 그럼에도 외래어에 가까운 -- 이런 구분이 가당키나 하다면 -- 편이라서 별부담없이 “보드"와 “게임판"을 혼용해서 이번에 번역했다.

 

3) “-라는" : something called -- / “-란" : is 이것처럼 -ㄴ/-는 사이의 차이는 분명하다.

 

4) RHYTHM. 리듬을 중요시 하자. 직접 입에 붙여보고 정말 그게 맞는 말인지 잘 따져보는 습관. 리듬. 리듬. 리듬. 음악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뭐지. 아무래도 통쾌한 맛이 있는 음악이 아닐까. 그러면 비꼬거나 공격적인 느낌이 잘 가미될 수 있는 리듬을 찾자 -- 물론 내용에 따라 그 리듬은 바꿔야 하기 때문에 변주를 할 수있는 준비는 단단히 해둬야겠지. 변주하니까 꺼내보는 말인데,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재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야 될 것 같다. 스탠 게츠부터 시작하면 되려나.

 

4-2) 리듬이란 뭘까. 뭉뚱그려 생각해보면 충분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내심 마음에 두고 온지 오래된 문제이며 하루키 무라카미 선생님께서 이야기 하셨으며 이번에 내가 번역한 글을 본 백승균이 몇 마디 피드백을 하면서 꺼낸 단어이기도 하다. 자. 리듬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기원전 12-13세기에 세워진걸로 알려진 네페르타리(Nefertari)의 묘벽에는 누군가 여왕이 고대 이집트의 보드게임중 하나인 세네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그려놓기도 했다.” 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의 리듬은 어떤가. 네페르타리라는 이름 옆에 괄호는 없다고 친다, 그건 리듬의 문제로 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자, 그러면 한글만 읽어보자. 이 문장의 리듬은 어떠한가. 걸리는 부분을 적어본다. 둥둥둥둥, 베이스 소리가 나다가 그 음이라든지, 연주자의 표정, 또는 박자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하는 부분. <12-13세기 / 세워걸로 / 묘벽 / 여왕 고대 이집트 보드게임 하나 / 그려놓기도 했다> 짧은 문장에 툭 콕 풍풍풍 팡 충 주우윙 하면서 연주가 끊기는 부분이 여덟 번이나 있다. 관객은 떠난다. 뭐가 잘못된지 모르는 연주자는 무대 위에 서서 자신의 고귀한 음악을 느끼지 못 하는 관객을 힐난하거나 모르는 척, 계속 연주를 하면 돌아오겠거니, 연주를 이어간다. 그러면 안 된다. 현명한 연주자는 재즈클럽 사장을 당장에라도 불러다가 CCTV 자료화면을 보여달라고 말해야 한다. 관객의 마음으로 화면 속의 자신을 찬찬히 바라보며 방금 보여준 연주 중, 어떤 부분에서 퉁 통 하고 음이 튀어나갔는지 확인해봐야한다. 그래야만 보인다. 현이 두 개나 끊어져있던 바이올린, 튜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베이스, 구멍이 흉하게 나있는 킥드럼, 꺼져있는 마이크. 울 시간도 부족하다, 하나하나 고쳐가며 반성하고 더 나은 연주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이 무대위에 올라섰다면, 적어도 증명하고 싶은 각오가 있다면, 꼭 그래야만 한다. 오늘의 낙서는 그만 끄적이고 다시 퇴고를 하러 돌아가봐야겠기에 얼른 “기원전 12-13세기에 세워진걸로 알려진 네페르타리(Nefertari)의 묘벽에는 누군가 여왕이 고대 이집트의 보드게임중 하나인 세네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그려놓기도 했다." 으로 돌아와보자. 그럼 오류 투성이인 위 문장은 어떻게 고치면 리듬감을 지닐 수 있을까? 관객도 없는 재즈클럽의 장점은 틀려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로지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키는데에만 몰두하는 마음으로 리허설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틀려도 좋다, 어떻게 고치면 내가 원하는 한국어의 리듬을 지닐 수 있을까? 지금 생각으로는 “기원전 12세기 세워진 네파르타리(Nefartari)의 묘비에는 그녀가 이집트의 고대 보드게임, 세네트를... !!! 막히면 입으로 소리를 내서 읽어봐, 다시. “기원전 12세기 세워진 네파르타리(Nefartari) 여왕의 묘비에는 그녀가 고대 이집트 보드게임, 세네트(Senet)하고있는 모습이 묘사되어있다.” 더 나은 문장이야 무한히 많겠지만 우선 나는 이 정도면 왠지 모르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이렇게 고민해야 겨우 하나 배우는구나. 이런 각오로 세세하게 봐야 겨우 보이는구나. 조금 집중하면서 보니 짧은 시간 안에; i) “한국의 김치”, “한국산 김치”를 “한국 김치”라고 하듯이 “~의 ~”를 고집하지 않고 “의"를 빼도 된다는 걸 느꼈으며; ii) 또한 “세네트” 뒤에 “(Senet)”를 넣어주는건 무조건적인 제약이 아니라 이걸 이용할 수도 있는거구나. 이걸 통해 한결 더 자연스러운 표현도 가능하구나를 느꼈으며; iii) (이게 제일 중요한데) “play”는 “하다"라는 뜻인데 왠지 모르게 “하다"는 “do”밖에 없다는 생각에 “I do do -”처럼 이상한 문장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겁을 너무 많이 냈구나. 막상 주어진 뜻 그대로 “play”를 “하다”라고 쓰고보니 꽤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집중하자, 각오하고 집중하면 한 문장에서도 이만큼이나 배울 수 있다. 하루에 남은 시간을 온종일 휴대폰을 붙잡고 있으면서 90분 정도 집중도 못 하면 그게 사람 사는거냐, 집중하자. 지금이라도 느껴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좋은 거 느꼈으니까 잘 하긴 했다만 다시 퇴고하러 얼른 돌아가보자.

 

“Rather than learning storytelling technique from someone, I've taken a musical approach, while being very conscious about rhythms, harmony and improvisation,” the 69-year-old Mr. Murakami said on the radio. “It's like writing as I dance, even though I don't actually dance.” - Haruki Murakami

 

5) 퇴고 지침서: I. 고유명사/제목에 작은 따옴표 넣어주기 II. 통일적으로 고칠 문제가 있더라도 Ctrl+F 눌러서 한 번에 고치지 마. 오타 났을지 누가 알아.

 

6) **고유명사/특정제목 번역에 대한 고찰: 이게 보니까 마냥 다 한국어로 옮겨준다던지 다 음역한다던지 할 문제가 아니네. 음역을 기본으로 두고 설명이 부족하다 싶으면 한국어 이름으로 번역해주고 (한국에 있는 개념이건 아니건)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역주를 넣어주는 편이 제일 낫겠네. 오늘 뇌가 왜 이러지, 열린건가? 많이 배우네.

 

7) Ctrl+화살표를 누르면 글자글자가 아니라 마디마디마다 커서를 움직일 수 있어서 편하다.

 

 

 

오늘 적어둔 단어: understated (cute) / coax / hoax / ample of it is (...) / status (발음) / bracket (Verb) / sugarcoat / 가당하다 / 가당키나 = 가당하기나 (하+기 = 키) / ...한 "축"에 속하다 / water divining (=divining / Mi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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