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그냥

2022. 4. 29. 16:44기록/운동

오늘의 운동 내용: (3분 6.0으로 걷고 2분 10.0으로 뛰는 패턴) 1시간 인터벌 러닝머신.

식단: ...은 특별한 거 없이 여섯 시 이후에 먹지 않으려고 참다가 친구가 쥐포를 사들고 와서 쥐포 하나 먹었다.


몸무게: 81.4Kg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은 2022년 4월 29일이다. 그럼에도 27일날 정말 뿌듯하게 시작한 운동을 - 심지어 운동 로그를 작성하자고 생각했음에도 ! - 이제서야 작성하게 된 계기에는 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정도로만 정리해두겠다. 꼭 먼저 적고 싶은 글이 있었다. 그나저나 요즘은 글 쓰는 일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그동안 남의 글을 내 나라 언어로, 아니면 반대로 대리 작성 해주면서도 나름글을 쓰는 근육이 알게모르게 붙은 모양이다. 뭐, 여하튼 오늘부터 운동 로그를 작성하려고 한다. 아마 이렇게 일기같은 형식처럼 글을 적는 것은 잘 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처음이니만큼 왜 운동을 하기로 했는지, 그 전에 내 상황은 어땠는지, '고양이를 이용한 상징성이 가득해서 난해해 빠진 단편 소설'보다는 현실적으로 몇 자 적어볼 생각이다.

내 운동의 역사는 이렇다. 중학교 때 미국에 갔을 때 PE(Physical Education) 시간이 될 때마다 매번 뻔한 운동이라도 하루하루 다른 운동을 해가며 아이들과 시간을 즐기곤 했는데, 그런 환경 덕분인지 운동과는 멀 것만 같던 성격의 나도 정말 재밌게 그 시간들을 즐기곤 했었다. 여담이지만, 지금 적으면서 생각해보니까 성격과 운동은 별반 상관이 없단 사실은 그 때가 되어서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때 다양한 성격의 친구들과 함께 뛰놀았거든. 미국에서 대학교 시절을 잠시 보냈던 때에도 그 때 그런 경험을 느낀 적은 없어서 미국이란 사회에 운동이 문화적으로 그렇게 녹아든건지, 아니면 중학교 아이들은 원래 그런 것인지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그 때 아이들을 다 제치고 우리팀 골대에서 상대팀 골대까지 한 번도 공을 뺏기지 않고 달려가 골을 넣은 축구 경기도 있었고, 유대인 아이들과 흑인 아이들(아직도 이 두 부류의 아이들이 왜 경쟁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이에 껴서 함께 즐긴 농구 경기도 있었고, 그 외도 재밌는 경험들을 다수 경험했더랬다. 그 중에 "크로스 컨트리"(였나 아니면 "트랙"이었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미국에서 해본 운동 가운데 가장 성적을 내지 못한 운동이었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군살도 많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영 지구력과 속도감을 챙기면서 실력을 늘리기가 영 어려웠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에 아이들과 겉으로는 잘도 어울렸지만 밖에서 노는 데에는 어째서인지 한계가 느껴졌고 몸은 또 몸대로 근질거리는 바람에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인 달리기를 꾸준히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에 트랙이 있어서 접근성이 높았다고 봐도 괜찮겠다. 그나저나 이렇게 빙빙 돌아가다보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도 같아서 여기서부터 축약해보겠다.

그렇게 달리기를 취미로 삼던 일도 어느새 그 자체가 취미가 되어버려서 일년에 3개월 달리다 말기를 한두번씩 꾸준히 해오다가 2-3년 전부터는 그것 마저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군대에서 전역하고 서울에서 산 이후로 헬스장을 끊고 달리는 것도 연습해봤지만 내가 속이 시원해질 때 까지 한 시간 주구장창 달리기만 하다보면 그 후에 아무 생각 없이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짠 음식들을 입 안에 쑤셔박는 바람에 운동은 운동대로 안 되었고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지는 판이었다. 문제점을 알고 난 뒤에도 한참을 '달리기 취미들이기'를 습관처럼 반복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게 정말 반찬을 집으러 내보낸 젓가락에 파리가 정확하게 - 너무도 정확해서 죽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못한 채로 날개를 윙윙 걸릴 정도의 강도로 정확하게 - 잡는 만큼의 우연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그 전에 다른 일들도 여러가지 우연하게 하나씩 그 우연을 겹치던 터라 이번에 만난 우연이 정말 하나의 계시처럼 보지 않기가 힘들 정도였다. 계시의 절정에까지 도달한 나는 더이상 메세지를 무시할 수도 없이 이제부터 온전히 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한국 나이로 서른, 만으로 28인 나이. 만으로 치고 남은 이 년 동안 내 이십대를, 한번도 제대로 불태워보지 못한 내 이십대를 갈아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정말 그렇게 단어 하나하나 나열해가면서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런 질감의 느낌이었던 것 만큼은 확실했다. 그 이후로 나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찼다.

그 일이 있고나서 황홀한 기분에 휩싸인 채로 별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삼사일 정도를 보내다가 문득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돈이 없어서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건 너무 큰 핑계가 아니었나? 정말 한 달에 헬스장이 15만원 이상이나 할까? 하는 마음에 얼른 네이버로 내 주변 운동할 수 있는 곳들을 검색해보고 전화를 돌렸다. 그렇게 찾은 마포주민편익시설에서는 헬스를 하는데 한 달에 57,000원을 내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날 바로 시설에 등록했다.

이제부터 진짜 운동 이야기니까 문단을 나눠보겠다.

처음 간 헬스장에서는 맨들맨들하게 생긴게 딱 동원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을 닮은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인바디도 재주시고 각종 기기들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셨다. 하루에 다 파악하면 조금 그러니 처음 가입한 회원들에게는 기구들을 5분할 해서 5일 동안 나눠서 알려주신다고 하셨고 그 날 나는 유산소 기구들과 헬스장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기구 몇 가지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프로그램엔 유산소, 상체, 하체, 어쩌구 적혀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구분하기가 애매해서 그냥 출입문에서 가까운 순으로 가르쳐주시는 듯 했다.

그렇게 운동을 배웠지만 막상 다시 혼자가 되니 너무도 어색했던지라 너무도 자연스럽게 러닝 머신 위로 올라갔다. 반가웠다. 나는 러닝머신을 켜고 3분을 걷고 2분을 뛰는 식으로 나름 힘들게 고안해 낸 나만의 페이스로 한 시간을 채워서 달리고 기계에서 내려왔다. 지하에 마련된 목욕탕에서 할아버지들과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서 생각하기로는 이렇게 다시 러닝머신만 주구장창 뛰었다가는 금세 또 체력만 깎아버리고 포기할거라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래서 내가 아는 친구 중에 가장 건강하게 운동을 즐기는 아이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구했고 그 친구는 다음과 같이 프로그램을 내게 맞춰서 보내줬다. 이런 것 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한 장 반 분량의 글을 뚝딱 써서 보내준 친구에게 너무도 감사했다. 친구 말로는 세상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는다는 게 너무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친구의 말에 따라 운동을 했는데 그건 또 다음 글에 적어야 될 것 같다. 원래 계획은 루틴을 정해놓고 대충 "오늘 뭐 몇 회, 뭐 몇 회, 뭐 몇 분" 이런 식으로만 띡 적어놓고 기록하려고 했던 차라 조금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기록이니만큼 정황은 다 적고 싶어서 앞으로 한 며칠 동안은 (아니면 쭉?) 이렇게 길게 기록을 남길 것 같다. 아, 그리고 오늘처럼 이틀 전의 운동 내용을 적는 대신에 그 날의 운동을 각 날 마다 기록할 수 있게끔 진도를 한 이틀 내로 따라잡을 예정이다. 아무도 안 보는 블로그지만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운동에 대한 좋은 조언이 생각난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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