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6. 17:03ㆍ번역/문학 (소설)
위대한 개츠비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사진 출처)
'아, 개츠비 번역 질린다'라는 생각을 한 쉰번째 할 때 쯤에 문득, '아 번역은 돈을 받기 위해서 하지만 번역 연습은 실력을 갈고 닦고 나 즐겁자고 하는 거였지?'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츠비는 잠시 쉬어갑니다. 그 대신에 벌써 한 이 주 정도 번역하고 싶었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선생님의 'The Author as a Producer(생산자로서의 작가)'라는 에세이(진짜 재밌음!)를 번역해보려고요. 그 에세이 끝나면 다시 개츠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참고로 그동안 개츠비 제4 장을 얼만큼 번역을 했는지 알려드리기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제4 장의 첫 번째 파트, 번역한 만큼 올려봅니다! 그럼, 노동!
Chapter 4
제4 장
Part 1
On Sunday morning while church bells rang in the villages along shore the world and its mistress returned to Gatsby's house and twinkled hilariously on his lawn.
해변을 따라 일요일 아침을 알리는 교회 종이 울렸고, 때에 맞춰 온세상과 여자들은 개츠비의 집으로 돌아와 잔디밭에 두런두런 앉아 각자의 시간을 즐기며 반짝였다.
"He's a bootlegger," said the young ladies, moving somewhere between his cocktails and his flowers. "One time he killed a man who had found out that he was nephew to von Hindenburg and second cousin to the devil. Reach me a rose, honey, and pour me a last drop into that there crystal glass."
“분명 술을 밀반입 하는 사람일거예요,” 나이가 어린 여성들이 개츠비가 차려놓은 칵테일들과 그의 꽃밭을 오가며 재잘거렸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개츠비가 사실은 본 힌덴버그(Von Hindenburg)의 조카이자 악마의 먼 사촌이란 사실을 알게되었는데, 소식을 듣자마자 개츠비가 사람을 시켜 그 남자를 바로 죽여버렸대요. 저 장미 하나만 건네주렴, 자기, 그리고 그 병에 남아있는 술을 저 크리스탈 잔에 담아 줘.”
Once I wrote down on the empty spaces of a time-table the names of those who came to Gatsby's house that summer. It is an old time-table now, disintegrating at its folds and headed "This schedule in effect July 5th, 1922." But I can still read the grey names and they will give you a better impression than my generalities of those who accepted Gatsby's hospitality and paid him the subtle tribute of knowing nothing whatever about him.
저번에는 한 번 내가 마음 먹고 시간표에 빈 구석에다가 여름 동안 개츠비의 집에 온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보기도 했다. 맨 위에는 “이 스케쥴은 1922년 7월 5일에 유효합니다"라고 적혀있을 정도로 오래된 일정표여서 이제는 쓸 일이 없던 종이였는데, 여기에 내가 회색 글씨로 적어둔 이름만으로도 내가 횡설수설 말하는 것 보다 개츠비의 집에 와 파티를 즐기고 그에게 경외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개츠비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는 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From East Egg, then, came the Chester Beckers and the Leeches and a man named Bunsen whom I knew at Yale and Doctor Webster Civet who was drowned last summer up in Maine. And the Hornbeams and the Willie Voltaires and a whole clan named Blackbuck who always gathered in a corner and flipped up their noses like goats at whosoever came near. And the Ismays and the Chrysties (or rather Hubert Auerbach and Mr. Chrystie's wife) and Edgar Beaver, whose hair they say turned cotton-white one winter afternoon for no good reason at all.
우선 이스트 에그. 이스트 에그 에서는 체스터 베커스, 리치 부부, 그리고 예일대에서 익히 알고 있었던 분센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지난 여름에 메인주에서 익사했다던 의사, 웹스터 시벳이 있었다. 그리고 혼빔 부부, 윌리 볼테어즈와 블랙 벅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떼거지로 온 적도 있었는데, 그들은 파티에 올때마다 구석에 모여 혹여나 어떤 사람이라도 가까이 오면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경계했다. 그리고 이스메이 부부와 크리스티 부부(어쩌면 휴버트 아우백과 크리스티 씨의 아내라고 부르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는 에드가 비버도 있었다.
Clarence Endive was from East Egg, as I remember. He came only once, in white knickerbockers, and had a fight with a bum named Etty in the garden. From farther out on the Island came the Cheadles and the O. R. P. Schraeders and the Stonewall Jackson Abrams of Georgia and the Fishguards and the Ripley Snells. Snell was there three days before he went to the penitentiary, so drunk out on the gravel drive that Mrs. Ulysses Swett's automobile ran over his right hand. The Dancies came too and S. B. Whitebait, who was well over sixty, and Maurice A. Flink and the Hammerheads and Beluga the tobacco importer and Beluga's girls.
클레런스 엔다이브도 이스트 에그 출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니커보커 바지를 입고 있던 그는 딱 한 번 방문했었는데, 정원에서 에티라는 이름의 거지와 싸움을 벌였었다. 아일랜드 위에 조금 더 먼 곳에서 부터 온 사람들은 치들 부부, O. R. P. 슈레이더 부부, 그리고 조지아 출신의 스톤월 아브람스와 리플리 스넬 부부까지 있었다. 스넬 씨는 감옥에 들어가기 정확히 삼 일 전에 파티에 참석했었는데, 파티가 끝난 뒤에 술에 진탕 취한 채로 고속도로 위에 누워있던 그의 오른 손은 율리시스 스웻 부인의 자동차에 깔려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댄시 부부, 예순은 족히 넘은 나이의 S. B. 화이트베이트 씨, 그리고 머리스 A. 플링크와 해머헤드 부부, 토바코를 수입하던 벨루가 씨와 그의 여자들도 함께 방문했었다.
From West Egg came the Poles and the Mulreadys and Cecil Roebuck and Cecil Schoen and Gulick the state senator and Newton Orchid who controlled Films Par Excellence and Eckhaust and Clyde Cohen and Don S. Schwartze (the son) and Arthur McCarty, all connected with the movies in one way or another. And the Catlips and the Bembergs and G. Earl Muldoon, brother to that Muldoon who afterward strangled his wife. Da Fontano the promoter came there, and Ed Legros and James B. ("Rot-Gut") Ferret and the De Jongs and Ernest Lilly—they came to gamble and when Ferret wandered into the garden it meant he was cleaned out and Associated Traction would have to fluctuate profitably next day.
그리고 웨스트 에그. 웨스트 에그에서는 폴 부부와 뮬레디 부부, 그리고 세실 로벅과 세실 스코엔, 주의 상원인원인 귤릭 씨와 상영되고 있는 영화들의 질을 관리하던 뉴턴 오치드, 그 외로도 영화 제작에 관여하고 있는 엑하우스트, 클라이드 코헨, 돈 S. 슈왈츠 (그의 아들), 아서 맥카티도 방문했었다. 그리고 캣립 부부와 벰버그 부부, 파티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자신의 아내를 목졸라 죽인 그 유명한 “멀둔”의 동생인 G. 얼 멀둔도 있었다.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다 폰타노도 그곳에 왔었으며, 에드 네그로 부부와 제임스 B. 페렛 (그의 별명은 “썩어빠진 직감"이었다), 데 용 부부와 어니스트 릴리 -- 그들 모두 저택에 올 때마다 도박을 즐겼었는데, 페렛은 늘 판돈 정원에서 돌아다니곤 했고, 꼭 그런 날이면 다음 날 그가 돈을 넣어 둔 주식들이 전부 오르곤 했다.
A man named Klipspringer was there so often and so long that he became known as "the boarder"—I doubt if he had any other home. Of theatrical people there were Gus Waize and Horace O'Donavan and Lester Meyer and George Duckweed and Francis Bull. Also from New York were the Chromes and the Backhyssons and the Dennickers and Russel Betty and the Corrigans and the Kellehers and the Dewars and the Scullys and S. W. Belcher and the Smirkes and the young Quinns, divorced now, and Henry L. Palmetto who killed himself by jumping in front of a subway train in Times Square.
클립스프링어라는 이름의 남자는 파티에 자주 오기도 했으며, 또 올 때마다 굉장히 오랜 시간 있었기 때문에 그는 “승객"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아마 그는 그 곳 말고 달리 갈만한 곳이 더 없었던 걸로 보였다.) 연극계 사람들 중에는 거스 웨이즈, 호레스 오도나반, 레스터 메이어, 조지 덕위드와 프란시스 불이 있었다. 또 뉴욕시에서 놀러왔던 크롬 부부와 백하이슨 부부, 데니커 부부와 러셀 베티, 코리간 부부와 켈레허 부부, 드와 부부와 스컬리 부부, S. W. 벨처와 스머케 부부, 어린 나이의 퀸 부부, 둘은 현재 이혼했다,와 타임 스퀘어 쪽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내던진 헨리 L. 팔메토도 있었다.
Benny McClenahan arrived always with four girls. They were never quite the same ones in physical person but they were so identical one with another that it inevitably seemed they had been there before. I have forgotten their names—Jaqueline, I think, or else Consuela or Gloria or Judy or June, and their last names were either the melodious names of flowers and months or the sterner ones of the great American capitalists whose cousins, if pressed, they would confess themselves to be.
베니 맥클레나한은 언제나 네 명의 젊은 여성들과 파티에 입장했다. 여자들 중에 한 번 왔던 사람이 다시 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녀들은 매번 너무도 똑같이 생겨서 매번 같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기도 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은 자켈린, 콘수엘라, 아니면 글로리아, 주디, 준 정도의 이름들이고 그녀들의 성은 언제나 꽃이나 달(month)의 멜로디가 느껴지는 듯한 부드러운 이름들 아니면 미국의 유명한 자본가들의 성을 따랐고, 그들에게 조금만 강요하듯이 질문해도 그들은 언제나 순진하게 그들과의 혈연관계를 밝혔다.
In addition to all these I can remember that Faustina O'Brien came there at least once and the Baedeker girls and young Brewer who had his nose shot off in the war and Mr. Albrucksburger and Miss Haag, his fiancée, and Ardita Fitz-Peters, and Mr. P. Jewett, once head of the American Legion, and Miss Claudia Hip with a man reputed to be her chauffeur, and a prince of something whom we called Duke and whose name, if I ever knew it, I have forgotten.
이 많은 사람들 말고도 또 기억이 나는 인물로는 파우스티나 오브라이언과 배데커 가의 딸들, 그리고 전쟁에서 코에 총을 맞았다던 젊은 브루어 군과 앨브럭스버거 씨와 그의 약혼녀였던 해그 씨, 그리고 아르디타 피츠피터스, 한 때 군단을 이끌었었던 P. 쥬엣 씨, 그녀의 운전사라고 너무도 강조하고 다니던 남자와 함께 왔던 클라우디아 힙, 우리가 기사(Duke)라는 호칭으로 불렀던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의 왕자도 있었는데, 설령 그의 이름을 한 번 들었다고 한들 지금쯤 당연히 까먹었을 것이다.
All these people came to Gatsby's house in the summer.
이 많고 많은 사람들 전부 그 해 여름, 개츠비의 집에 들렀다.
At nine o'clock, one morning late in July Gatsby's gorgeous car lurched up the rocky drive to my door and gave out a burst of melody from its three noted horn. It was the first time he had called on me though I had gone to two of his parties, mounted in his hydroplane, and, at his urgent invitation, made frequent use of his beach.
칠월말 즈음이 되어가던 어느 날 아침 아홉시, 개츠비의 근사한 차가 내 집의 정원 앞에 도착해 무려 세 가지의 제각기 다른 경적소리를 울려댔다. 그가 연 파티에 두 번이나 가기도, 그와 함께 하이드로 플레인에 시승해보기도, 그의 갑작스런 초대에 그가 소유한 해변에 여러번 방문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그가 직접 우리집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Good morning, old sport. You're having lunch with me today and I thought we'd ride up together."
“좋은 아침입니다, 전우님. 오늘 저와 점심을 드셨으면 하는데… 식사를 마치고 드라이브도 즐겼으면 합니다.”
He was balancing himself on the dashboard of his car with that resourcefulness of movement that is so peculiarly American—that comes, I suppose, with the absence of lifting work or rigid sitting in youth and, even more, with the formless grace of our nervous, sporadic games. This quality was continually breaking through his punctilious manner in the shape of restlessness. He was never quite still; there was always a tapping foot somewhere or the impatient opening and closing of a hand.
그는 차의 대시보드 위에 앉아 굉장히 미국적인 - 그러니까 일절 몸을 힘들게 움직인다던가 답답하게 앉아있을 필요도 없는 -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느낌은 개츠비 특유의 필요 이상으로 격식을 차리는 태도마저 뚫고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그는 도무지 가만히 있을 줄을 몰랐는데, 바닥에 발을 두드리거나 양손을 모았다가 푸는 등의 동작을 쉴새없이 반복했다.
He saw me looking with admiration at his car.
개츠비는 내가 그의 차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금세 잡아냈다.
"It's pretty, isn't it, old sport." He jumped off to give me a better view. "Haven't you ever seen it before?"
“차가 에쁘지 않나요, 전우님.” 그는 내가 차를 더 잘 구경할 수 있도록 차에서 뛰어내렸다. “이 차는 한 번도 보여드린 적이 없던가요?”
I'd seen it. Everybody had seen it. It was a rich cream color, bright with nickel, swollen here and there in its monstrous length with triumphant hatboxes and supper-boxes and tool-boxes, and terraced with a labyrinth of windshields that mirrored a dozen suns. Sitting down behind many layers of glass in a sort of green leather conservatory we started to town.
본 적 있었다. 더 나아가서 그 차를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급진 크림색의 그 차는 황동으로 빛이 났는데 여기 저기 울룩불룩 튀어나와 그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으며, 안에는 다양한 용도의 저장고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태양이 열두 개가 떠도 다 가려낼만할 정도의 윈드쉴드도 있었다. 몇 겹의 유리창 뒤에는 초록색 가죽으로 만든 시트가 있었다.
I had talked with him perhaps half a dozen times in the past month and found, to my disappointment, that he had little to say. So my first impression, that he was a person of some undefined consequence, had gradually faded and he had become simply the proprietor of an elaborate roadhouse next door.
지난 달 동안 개츠비와 여러번 이야기해본 결과 난 - 실망스럽게도 - 사실 그에게 엄청나게 흥미로울만한 이야기거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애초에 그를 양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생겼던 나만의 환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옅어졌고, 오히려 그를 단순히 옆집에 있는 거대한 맨션의 주인, 그 이상 또는 그 이하로도 보지 않게 되었다.
And then came that disconcerting ride. We hadn't reached West Egg village before Gatsby began leaving his elegant sentences unfinished and slapping himself indecisively on the knee of his caramel-colored suit.
그렇게 난 그 날의 찝찝한 드라이브에 동행하게 되었다. 웨스트 에그에 다다르기 전부터 개츠비는 미사여구가 화려하게 들러붙어있는 그 특유의 문장들을 말하다가도 중간에 스스로 무릎을 치며 말을 끊기를 반복했다.
"Look here, old sport," he broke out surprisingly. "What's your opinion of me, anyhow?"
“전우님, 있잖아요,” 그가 갑자기 적막을 깨고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저를 정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little overwhelmed, I began the generalized evasions which that question deserves.
그의 갑작스런 질문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나는 그런 유형의 질문이 받아 마땅한 애매한 답변들을 늘어놓았다.
"Well, I'm going to tell you something about my life," he interrupted. "I don't want you to get a wrong idea of me from all these stories you hear."
“그, 제 삶에 대해서 말해드릴 게 있어요,” 내 미지근한 답변들 사이를 뚫고 그가 말했다. “다른 곳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듣고 저에 대한 오해를 벌써부터 품고 계신게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So he was aware of the bizarre accusations that flavored conversation in his halls.
그랬다. 개츠비도 파티에서 떠도는 그를 감싼 소문들을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I'll tell you God's truth." His right hand suddenly ordered divine retribution to stand by. "I am the son of some wealthy people in the middle-west—all dead now. I was brought up in America but educated at Oxford because all my ancestors have been educated there for many years. It is a family tradition."
“신께 맹세하고 정말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개츠비는 갑자기 오른손을 허공에 올리고 하느님께 맹세한다는 액션을 취해보였다. “전 중서부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죠. 미국에서 자란 제가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제 조상분들 대대로 그곳에서 교육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가문의 전통이었던거죠.”
He looked at me sideways—and I knew why Jordan Baker had believed he was lying. He hurried the phrase "educated at Oxford," or swallowed it or choked on it as though it had bothered him before. And with this doubt his whole statement fell to pieces and I wondered if there wasn't something a little sinister about him after all.
내 눈치를 살피던 그를 보니 왜 조던 베이커가 그의 말을 믿지 못한다고 했는지 단숨에 이해가 갔다. 개츠비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라는 표현을 유난히 빨리 말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언제나 그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 처럼 말을 삼키거나 상당히 꺼려했다. 한 번 그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가 뱉은 말들은 전부 유리조각처럼 깨진 채로 들렸고 나도 정말 그에게 실은 수상쩍은 점은 없는지 생각에 잠겼다.
"What part of the middle-west?" I inquired casually.
“중서부 어느 쪽에서 태어나셨다고요?” 난 별 일 아닌 척,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요.”
"I see."
“그렇군요.”
"My family all died and I came into a good deal of money."
“제 가족들이 전부 세상을 떠난 후에 많은 양의 돈이 저에게 남겨졌죠.”
His voice was solemn as if the memory of that sudden extinction of a clan still haunted him. For a moment I suspected that he was pulling my leg but a glance at him convinced me otherwise.
그의 가족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 기억이 아직도 그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지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우울하게 젖어있었다. 개츠비의 눈빛을 한 번 본 뒤로는 잠시나마 그가 날 속이는 건 아닐지 의심했던 마음이 단번에 사그라들었다.
"After that I lived like a young rajah in all the capitals of Europe—Paris, Venice, Rome—collecting jewels, chiefly rubies, hunting big game, painting a little, things for myself only, and trying to forget something very sad that had happened to me long ago."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전 파리, 베니스, 로마와 같은 유럽의 주요지역들에서 어린 라자(rajah)처럼 살았죠. 보석을 모으기도 했는데, 주로 루비를 모았습니다. 큰 사냥감들을 사냥하러 다니기도 하고, 그림도 그려보고… 그림은 오로지 저만을 위한 거였지만요, 그런 식으로 먼 옛날 저에게 일어난 슬픈 사건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With an effort I managed to restrain my incredulous laughter. The very phrases were worn so threadbare that they evoked no image except that of a turbaned "character" leaking sawdust at every pore as he pursued a tiger through the Bois de Boulogne.
난 그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던 차라 새어나오던 웃음을 참아야 했다. 그의 말은 마치 옷을 하나도 걸치고 있지 않은 사람과 같아서 그 어떤 이미지도 상상이 떠오르지 않고 단순히 터반을 걸쳐 쓴 ‘어떤 캐릭터'가 호랑이를 뒤쫓아 파리의 불로뉴 숲을 뛰어가는 모습 정도만 그려질 뿐이었다.
"Then came the war, old sport. It was a great relief and I tried very hard to die but I seemed to bear an enchanted life. I accepted a commission as first lieutenant when it began. In the Argonne Forest I took two machine-gun detachments so far forward that there was a half mile gap on either side of us where the infantry couldn't advance. We stayed there two days and two nights, a hundred and thirty men with sixteen Lewis guns, and when the infantry came up at last they found the insignia of three German divisions among the piles of dead. I was promoted to be a major and every Allied government gave me a decoration—even Montenegro, little Montenegro down on the Adriatic Sea!"
“그러던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겁니다, 전우님. 전쟁은 제 마음에 커다란 평안을 가져다 줬습니다. 생을 마감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니까요. ‘언젠가 죽어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정말 죽어라 싸웠지만 제 생명은 의외로 꽤 질겼죠. 그렇게 전쟁이 시작하고 얼마 가지도 않아 중위 계급을 달기도 했죠. 아르곤 숲에서는 기관총 두 개만 들고 너무 앞까지 진전하는 바람에 적군과 저희 병사들 사이에 거리가 반 마일 밖에 없었던 적이 한 번 있었죠. 그 자리에 이틀동안 빼도박도 못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백삼십명의 병사, 열여섯 대의 경기관총 밖에 없었던 저희들은 결국엔 지쳐 이틀 때 되던 날 모두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 독일군의 휘장이 달랑 놓여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전 소령으로 진급했고 저희와 동맹을 맺고 있던 모든 부대에서 훈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훈장을 보내준 나라 중에는 저 밑, 아드리아 해변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도 있었습니다!”
Little Montenegro! He lifted up the words and nodded at them—with his smile. The smile comprehended Montenegro's troubled history and sympathized with the brave struggles of the Montenegrin people. It appreciated fully the chain of national circumstances which had elicited this tribute from Montenegro's warm little heart. My incredulity was submerged in fascination now; it was like skimming hastily through a dozen magazines.
작은 몬테네그로! 그는 소리 높여 나라 이름을 외친 뒤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는 마치 몬테네그로의 슬픈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는 동시에 그에 맞싸워온 몬테네그로 국민들의 용감무쌍한 정신과 깊게 공감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의 미소에는 그만큼 몬테네그로인들이 그에게 훈장을 보내기 위해서 얼마나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쏟았을지가 담겨있는 것이었다. 그를 믿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내 마음도 잠시, 어느새 난 마치 열댓권 되는 잡지들을 빠르게 훑어보는 것 처럼 그의 이야기에 풍덩 빠져버렸다.
He reached in his pocket and a piece of metal, slung on a ribbon, fell into my palm.
그는 그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리본에 달린 철제 물건 하나를 꺼내 내 손바닥 위에 올려다주었다.
"That's the one from Montenegro."
“이게 바로 몬테네그로에서 온 그 훈장입니다.”
To my astonishment, the thing had an authentic look.
물건은 놀랍게도 정말 그럴싸해보였다. (영어로는 이게 맞는데 위에 ‘이제 그를 믿게 되었다' 하는 식의 문장하고 내용이 잘 안 맞네)
Orderi di Danilo, ran the circular legend, Montenegro, Nicolas Rex.
Orderi di Danilo, 라고 훈장 위에 적혀있었다, 몬테네그로, 니콜라스 렉스.
"Turn it."
“돌려보십시오.”
Major Jay Gatsby, I read, For Valour Extraordinary.
소령 제이 개츠비, 나는 훈장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그의 특출난 용맹함을 위하여.
"Here's another thing I always carry. A souvenir of Oxford days. It was taken in Trinity Quad—the man on my left is now the Earl of Dorcaster."
“여기 또 제가 항상 지니고 있는게 하나 더 있어요. 옥스포드 시절에 챙긴 기념품이죠. 옥스포드 산하에 있는 트리니티 대학 마당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 왼쪽에 서있는 사람이 도캐스터 출신의 얼이라는 친구입니다.”
It was a photograph of half a dozen young men in blazers loafing in an archway through which were visible a host of spires. There was Gatsby, looking a little, not much, younger—with a cricket bat in his hand.
사진 속에는 대여섯명 되는 젊은 남성들이 (여기까지!)
Then it was all true. I saw the skins of tigers flaming in his palace on the Grand Canal; I saw him opening a chest of rubies to ease, with their crimson-lighted depths, the gnawings of his broken heart.
"I'm going to make a big request of you today," he said, pocketing his souvenirs with satisfaction, "so I thought you ought to know something about me. I didn't want you to think I was just some nobody. You see, I usually find myself among strangers because I drift here and there trying to forget the sad thing that happened to me." He hesitated. "You'll hear about it this afternoon."
"At lunch?"
"No, this afternoon. I happened to find out that you're taking Miss Baker to tea."
"Do you mean you're in love with Miss Baker?"
"No, old sport, I'm not. But Miss Baker has kindly consented to speak to you about this matter."
I hadn't the faintest idea what "this matter" was, but I was more annoyed than interested. I hadn't asked Jordan to tea in order to discuss Mr. Jay Gatsby. I was sure the request would be something utterly fantastic and for a moment I was sorry I'd ever set foot upon his overpopulated lawn.
He wouldn't say another word. His correctness grew on him as we neared the city. We passed Port Roosevelt, where there was a glimpse of red-belted ocean-going ships, and sped along a cobbled slum lined with the dark, undeserted saloons of the faded gilt nineteen-hundreds. Then the valley of ashes opened out on both sides of us, and I had a glimpse of Mrs. Wilson straining at the garage pump with panting vitality as we went by.
With fenders spread like wings we scattered light through half Astoria—only half, for as we twisted among the pillars of the elevated I heard the familiar "jug—jug—spat!" of a motor cycle, and a frantic policeman rode alongside.
"All right, old sport," called Gatsby. We slowed down. Taking a white card from his wallet he waved it before the man's eyes.
"Right you are," agreed the policeman, tipping his cap. "Know you next time, Mr. Gatsby. Excuse me!"
"What was that?" I inquired. "The picture of Oxford?"
"I was able to do the commissioner a favor once, and he sends me a Christmas card every year."
Over the great bridge, with the sunlight through the girders making a constant flicker upon the moving cars, with the city rising up across the river in white heaps and sugar lumps all built with a wish out of non-olfactory money. The city seen from the Queensboro Bridge is always the city seen for the first time, in its first wild promise of all the mystery and the beauty in the world.
A dead man passed us in a hearse heaped with blooms, followed by two carriages with drawn blinds and by more cheerful carriages for friends. The friends looked out at us with the tragic eyes and short upper lips of south-eastern Europe, and I was glad that the sight of Gatsby's splendid car was included in their somber holiday. As we crossed Blackwell's Island a limousine passed us, driven by a white chauffeur, in which sat three modish Negroes, two bucks and a girl. I laughed aloud as the yolks of their eyeballs rolled toward us in haughty rivalry.
"Anything can happen now that we've slid over this bridge," I thought; "anything at all. . . ."
Even Gatsby could happen, without any particular wonder.
원문 출처: 자유 이용 저작물인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The Great Gatsby'을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여기에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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