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5: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원문을 읽는 마음

2021. 9. 15. 15:19매일/번역


1) 오늘의 할 일: 원문 읽기. 원래 같았으면 - 특히나 나중에 돈을 받고 번역을 하는 번역가가 되게 된다면 지극히 당연하게 - 원문 읽는 시간은 작업하는 시간으로 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150하고 며칠을 작업하면서 원문을 읽는 시간을 작업하는 시간의 일부로 치지 않았다. 몇 번 정도는 딴짓할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원문 읽는 시간을 번역 작업의 일부로 치고 넘어간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진지하게 임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몇 번이나 질리도록 이야기한 것 같은데, 번역을 계속 해오면서 느낀건 모든 과정을 충실히 해내야 비로소 번역을 임하는 자세도, 번역을 할 때도, 번역을 하고나서 고칠 때도 ‘내가 지금 뭐하고 앉아있는거지?’하는 생각 없이 진중하게 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까지 번역은 다 잘못된 것이냐, 라고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게 “원문을 읽는 단계", 그리고 “퇴고를 하는 단계"의 중요도를 낮게 쳐왔을 뿐, 안 한 건 절대 아니었다. 다만, 앞으로는 말뿐만이 아니라 모든 단계를 신중하게 헤쳐나가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오늘부터는 원문을 읽는 과정도 번역 과정의 똑같이 중요한 일부로 침으로써 원문을 읽다가 느끼는 점도 이 번역록에 작성해보려고 한다. 대부분 종이에 직접 적어나갈 예정이라 차라리 원문 위에 필기한 걸 찍어서 올리는 편이 훨씬 더 나을지도? (진짜 이렇게 해야겠다.)

2) 그나저나 이번에 번역을 마친 “The Yellow Wallpaper”이라는 작품이 막판에 모든걸 다 우다다다다다 풀어버리는 유형의 소설이어서 적잖이 놀라고 아직까지도 어벙벙해져선 번역하면서 ‘엥? 그럼 사실은 이게 이런거였음?!?!?!’하고 마무리 지어버린게 아쉬워서 한 번은 정리해보고 넘어가고 싶다. 요건 번역과는 그닥 상관 없는 이야기니까 한 오 분? 정도만 시간 잡고 해보는걸로. 우선 소설에 나오는 “John laughs at me, of course, but one expects that in marriage.”, “If a physician of high standing, and one’s own husband, assures friends and relatives that there is really nothing the matter with one but temporary nervous depression—a slight hysterical tendency—what is one to do?” 두 가지 구절 빼고는 존과 내레이터가 결혼을 했다고 암시하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Brother”라는 단어를 포함한 구절은 세 번 등장하며 추가적으로 “Weir Mitchell”이라는 또다른 의사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게 또 흥미롭다. 조금 알아보니까 베어 미첼이라는 사람은 휴식 치료(Rest Cure)의 선구자(소설가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로서 실제로 이 소설의 작가인 샬롯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에게 같은 치료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디테일은 밑에 추가로 넣어두겠다.

  • Silas Weir Mitchell (purveyor of the Rest Cure); He was Charlotte Perkins Gilman's doctor and his use of a rest cure on her provided the idea for "The Yellow Wallpaper", a short story in which the narrator is driven insane by this treatment; His treatment consisted primarily in isolation, confinement to bed, dieting, electrotherapy and massage; and was popularly known as 'Dr Diet and Dr Quiet'. Mitchell advocated a high-fat diet to his patients.

 

  • Rest Cure: Noticing that many nervous women looked thin and anemic, Mitchell assumed that their physical and mental health would improve once they gained weight and red blood cells. The function of the rest cure was to help patients gain fat and blood as rapidly as possible, through a rich diet and minimal exertion.


어쨌든 이렇게까지 존과 내레이터의 관계를 결혼한 사이에서 떼어놓으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둘의 관계가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거나, 최소 모호하다는 사실 정도만 인지하더라도 이 소설은 더 이상 단순히 성차별에 관한, 또는 여성을 대변하는 소설이 아닌게 되어버리게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실을 인지하냐, 못하냐를 두고 이 소설이 읽힐 수 있는 방법은 천차만별인데 학교를 다니면서 세 번이나 이 작품을 읽었지만 이걸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좀 바보스럽기도 하고, 번역이라도 하면서 알아낸 내가 대견하기도 해서 많이 들뜨게 되었다. 여하튼 둘 사이를 결혼하지 않은 두 개인의 - 약속한 5분보다 훨씬 더 시간이 지나버려서 (한 13분 정도 지난 것 같다) 타이머를 멈추고 글을 이어가보겠다 - 이야기로 보는 입장에서 이 글은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조금 적어보겠다.

우선 이 소설은 - 잘 쓰인 소설 중에 안 그런게 어딨겠냐마는 - 하나를 깨우치면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고, 또 그 다음 단계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생기면 또다른 다음 의문이 생기는 글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1. 존과 내레이터, 둘의 관계는 모호하다. (근거1. Jennie & Jane / 근거 2. brother, who is also a physician)] 라는 개인적 해석을 통해 넘어갈 수 있는 수만가지 방향 중 내가 접근한 두 번째 결론은 [2. (둘이 혼인관계라고 이야기한) 화자의 말을 모두 믿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나 시각적 정보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차별적으로 신용해야 한다.]이라는 것이고 여기서 바로 [3. 그렇다면 차별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사용해야 할 기준선이란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가 있을 것 같다. (Q1. Cousin Henry and Julia? Why always these images of couples? bro and sis, husband and wife, male cousin and female cousin?) 왠지 쫓기는 기분이 드니까 일단은 여기까지 적고 다시 원문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3) 아, 그리고 다음번에 번역할 작품은 피츠제럴드씨의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이다. 이유는 별거 없고 2021년에 마침 이 작품이 퍼블릭 도메인으로 저작권이 열렸다고 하길래 이번 기회에 읽어나 볼까,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버트랜드씨의 에세이를 번역했을 때처럼 책 한 권을 통으로 번역할 수는 없기에 일단은 1장만 번역할까, 생각중이다. 1장 페이지 수는 16쪽인데 한 삼분할? 정도로 작업하면 될 것 같다. 아, 아니다. 4분할은 해야될 듯? 어쨌든 우당탕탕 원문 읽기 고.

4) 'The Great Gatsby' 제1 장, 원문 읽기 완료!

 

오늘의 표현: secretive

 

(BONUS)

'매일 >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9/17: Eternal Sunshine  (0) 2021.09.17
2021/09/16  (0) 2021.09.16
2021/09/14  (0) 2021.09.14
2021/09/13: 샬롯 퍼킨스 길먼은 천재였다  (0) 2021.09.13
2021/09/12: The Tragic Ballads of Mr. Marshall  (0) 2021.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