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샬롯 퍼킨슨 길먼, "누런 벽지" (2)

2021. 9. 10. 15:31번역/문학 (소설)

누런 벽지


글쓴이ㆍ샬롯 길먼
번역ㆍ오성진

 

(표지 사진 출처 / 본문 사진 출처)

 

Part 2

 

어느새 7월 4일(독립기념일)이 지났어! 사람들이 다 가고 나니 진이 다 빠져버린 것만 같아. 존이 나를 보고 사람들을 좀 만나보는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일주일 정도 엄마랑, 넬리, 그리고 아이들을 보러 다녀오기도 했어.

 

물론 가서도 난 아무것도 안 했어. 이젠 제니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거든.

 

그런데도 몸이 영 피곤한건 똑같았어.

 

존은 내 상태가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가을에 웨어 미첼(Weir Mitchell)선생한테 날 보내버리겠다고 해.

 

거기에 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그 사람한테 진단을 받아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친구 말로는 그 사람이 존이나 내 오빠보다 심하면 더 심했지, 다를 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걸 떠나서, 그냥 다른 곳으로 가는 것만해도 엄청나게 힘이 들거야.

 

그냥 거기에 가서 내 상황이 정말 안좋다고 인정하는 꼴이 싫기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신경질이랑 짜증은 늘어만 가고 있긴 하지만 말이야. 

 

딱히 어떤 대상을 생각하면서 우는 것도 아니면서, 요즘엔 거의 매일같이 우는 것 같아.

 

당연히 존이 - 사실은 존이 아닌 누구라도 - 이 방에 있을 때는 울지 않고, 혼자 있을 때만 그렇다는 얘기지.

 

요즘엔 혼자 있을 때가 훨씬 더 많아. 존은 심각한 환자들을 돌봐주느라 주로 마을에 나가있고, 제니는 잘 지내고 내가 원할 때마다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줘.

 

그래서 요즘엔 정원에 예쁜 길도 가끔씩 걷기도 하고 장미로 둘러싸인 현관에 앉아 있기도 해, 보통은 여기에 주로 누워있지만.

 

벽지가 그렇게 싫다고 했었잖아, 근데 요즘은 슬슬 이 방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해. 그게 어쩌면 벽지 때문일 수도 있어.

 

저절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라니까!

 

난 여기 떡하니 고정된 거대한 침대에 누워있어 - 아마 땅에 못으로 단단히 박혀있는 것 같아 - 그리고 한 시간 단위로 벽지에 있는 무늬를 눈으로 따라가. 이게 또 왠만한 운동보다 낫다니까. 예를 들어 벽지의 밑쪽에서 시작하는거지, 저기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저 구석에서부터 말이야. 천 번 이상을 해봤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무언가, 그 의미를 이번에는 기필코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을 하면서 말이야.

 

난 디자인에 대해서 아는 건 없긴 하지만 저 벽지의 무늬가 착시나 반복, 대칭처럼 내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개념을 살려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무늬가 끊기는 폭이라던가 너비같은 건 반복이 되지만 그 외로는 전혀 반복되는 부분이 없어.

 

한 폭의 무늬가 끝나는 지점엔 뭉뚝하게 과장된 지점이 있어… 마치 저급하게 로마네스크한 느낌과 섬망증이 만나면 이럴까 싶은 지점들이야. 걔네들은 볼 때마다 바보같이 주변에 동떨어져 서있는 기둥을 오르내리고 있어.

 

근데 또 다른 식으로 보면 얘네들이 사선으로도 이어진단 말이지. 그러면 나머지 윤곽이 제각각 비스듬한 파도를 그리면서 사방으로 퍼지는데, 이게 또 시각적으로 달갑지가 않아. 미역들이 단체로 뒹굴면서 무언가를 뒤쫓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어.

 

가로로 쭉 퍼질 때도 있는데 -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 그럴 때마다 어느 방향으로 이어지는지 파악하다가 힘이 다 빠져버리곤 해.

 

처음에 공사할 때 저 프리즈(*frieze, 방이나 건물의 윗부분에 그림이나 조각으로 띠 모양의 장식을 한 것) 때문에 가로로 떨어지는 선들을 쓴 것 같은데 덕분에 골치가 많이 아프지. 

 

방끝에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온전하게 남아있는 공간이 있는데, 교차로 쏟아지는 빛이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해가 낮게 내려가면서 정확하게 거기에 빛을 비출 때가 있단 말이야… 그럴 때면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 처럼 움직이던 괴상한 형체들이 거기로 한꺼번에 모였다가 모두 황급하게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버려.

 

하나하나 어디로 가는지 눈으로 따라갔다가는 금세 지쳐버려. 그래서 뭐… 나도 낮잠이나 자야겠어.

 

이런걸 왜 일일이 적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이러고 싶지도 않고.

 

더이상 이러지도 못할 것 같아.

 

분명 존은 이상하게 여길지 몰라도… 난 무조건 어떻게서든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표현해야 돼! 이렇게 해야만 답답하던게 해소되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해소되는 것 보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피로감이 더 크게 와닿아.

 

요즘엔 심각할 정도로 게을러져서 평상시엔 보통 그냥 누워 있어.


존은 내가 힘을 잃으면 안 된대. 그리고 대구 간유(*cod liver oil, 비타민 A와 D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의약품으로도 쓰임), 토닉 같은 걸 계속 먹으라고 시켜, 맥주나 와인, 레어 정도로 구운 고기는 절대 입밖에도 꺼내지 못하게 하면서.

 

존은 정말! 나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내가 아파하는 꼴을 보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 해. 한 번은 존이랑 정말 진지하게 다 털어놓고 이야기 해보려고도 해봤어. 그냥 날 놔줬으면 좋겠고, 사촌 헨리랑 줄리아 집에도 한 번 들르고 싶다고 말이야.

 

근데 돌아오는 답변은 부정적인 말들 뿐이었어. 갈 수만 없는게 아니라 한 번 갔다가 악화되는 상태를 견딜 수도 없을거래. 지금까지 내 상태를 더 좋게하기 위할만한 방법들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도 얘기했어, 얘기를 마치기도 전에 울음을 터트리는 내 꼴을 보고 말야.

 

점점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어. 다 이 신경 쇠약 문제 때문이겠지.

 

어쨌든 말을 마친 존은 나를 안아다가 여기 윗층에 침대 위에 눕혀줬어. 그리고 내 머리가 지긋지긋하다고 느낄 때 까지 나한테 책을 읽어줬어.

 

존은 내가 자기한테 사랑하는 아이라고, 안식처라고, 자기가 가진 모든 거라고 했어. 그러면서 자기를 위해서 내가 스스로를 잘 돌보고 얼른 더 나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 

 

그 사람 말로는 내 상황을 낫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해, 내 의지랑 자제력을 기르고 바보같은 욕망들에 휩쓸려가면 안 된다고...

 

그나마 딱 한 가지 좋은게 있다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다는건데, 그 아이가 이 끔찍한 벽지가 달린 탁아실에서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게 제일 좋은 것 같아.

 

만약 우리가 이 방을 쓰지 않았다면 그 천사 같은 아이가 이 방에 갇혀살았을 거 아니야!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해 봐. 내 아이를, 환경에 너무 쉽게 영향 받을 작고 소중한 아이를 이런 방에 갇혀 살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한 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까 존이 날 여기에 살게 만든게 결국엔 잘됐다 싶어. 어찌됐건간에 아이보다는 내 정신력이 더 강할테니까 말이야.

 

벽지 안에서 춤추는 형체들에 대해서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어, 통하지도 않는 말을 계속 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으니까. 그래도 나 혼자라도 걔네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루도 놓치지 않고 감시는 하고 있어.

 

저 벽지 안에는 영겁의 시간이 지나도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을 만한 무언가가 있어.

 

저 벽지 무늬 뒤에 희미한 형체들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어.

 

모양은 언제나 똑같은데 수적으로 너무 많아.

 

허리 굽은 여자가 저 무늬 뒤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것 같아. 매일 보긴 하지만, 도무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광경이야. 가끔 나도 - 나도 이제 다시 생각을 하는거겠지 - 존이 여기서 나를 빼내줬으면 좋겠어!

 

존이 너무 똑똑한데다가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바람에 같이 내 상태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하는게 너무 힘이 들어.

 

그래도 어젯밤에 도전해봤어.

 

달빛이 문제였어. 달빛은 햇빛만큼이나 방안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지.

 

가끔 달빛을 보기가 너무 싫을 때가 있어, 너무 천천히 움직이는 것 부터 해서 매번 이 창문이나 저 창문, 꼭 한 쪽으로 들어오는 것 까지 너무 싫어.

 

존은 자고 있었는데 깨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지. 그래서 가만히 눈만 뜬 채로 이상한 형체들이 울렁이고 있는 벽지를 달빛이 훑고 가는 걸 바라봤어, 무서워서 도무지 더 이상 못 보겠을 때 까지 가만히. 

 

벽에 그려진 무늬 뒤에 보일 듯 말 듯한 형체가 벽지 무늬를 가지고 마구 흔드는 것 같았어, 마치 벽을 뚫고 나오고 싶어하는 것 처럼 말이야.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를 나와서 실제로 벽지가 움직였는지 직접 확인해봤어, 침대로 다시 돌아왔더니 존이 꺤 채로 날 보고 있더라고.

 

“애기야, 무슨 일이야?” 존이 말했어. “그렇게 걸어다니지 마, 감기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순간적으로 그 때가 이야기를 하기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난 여기서 얻어가는 거라곤 하나도 없고 나를 여기서 제발 내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도대체 왜 그래, 애기야!” 존이 말했지, “우리 임대 기간은 삼 주나 남아있어서 그 전에 떠나는 건 좋지 않아.”

 

“우리 집 수리는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고 그냥 이렇게 이 마을을 떠날 수도 없어. 물론 너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면 정말 떠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하겠지만, 애기야, 날 제발 믿어줘,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정말 여기에 있는게 최선일거야. 난 의사잖아, 아가, 난 이런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봐봐, 요즘엔 살도 붙고 혈색도 돌아오고 있잖아. 식욕도 찾고 있고, 이제서야 나도 점점 걱정을 놓을 수 있게 됐어.”

 

“난 전에 비해서 조금도 살이 늘지 않았어,” 내가 말했지, “더 줄었다면 모를까, 그리고 밤에 당신이 여기 있을 때나 식욕이 돌아온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당신이 없는 아침엔 예전보다 훨씬 덜해!”

 

“신이시여, 이 여자를 구원해주세요!” 존이 그렇게 말하고선 와락 안아주더라, “그녀가 원하는 만큼 아파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얼른 잠에 다시 들어 이 귀중한 시간을 아끼게 해주시고 이 문제에 대해선 아침에 다시 이야기하게 해주세요!” 

 

“그러면 여길 떠나지 않겠다는거야?” 내가 울먹이면서 물어봤어.

 

“당연하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애기야. 이제 삼 주만 있으면 되는데다가 여기서의 생활이 끝나면 제니가 집을 꾸미는 동안 우리끼리 며칠동안 기분 좋게 여행도 떠날텐데. 내 말 믿어, 여기 있으면서 너는 정말 많이 나아졌다니까!”

 

“몸은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말을 꺼내다가 잠시 멈췄어, 존이 자세를 고쳐서 똑바로 앉더니 못 볼 거라도 본 사람 마냥 나를 바라보길래 한 마디도 더 꺼낼 수가 없었거든.

 

“애기야,” 존이 입을 열었어, “제발 부탁이야, 나를 위해서, 우리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도, 단 한 순간이라도 너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끔 힘 좀 써줘! 애기야, 지금 너가 겪고 있는 병은 그렇게 위험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병이야. 그러니까 너가 지금 꼭 해야만 된다고 느끼고 있는 생각들은 다 헛된 망상이야. 내가 의사로서 이렇게 말해주면 한 번쯤은 믿어줄 수도 있지 않아?”

 

거기에다 대고 내가 뭐라고 더 말할 수 있었겠어, 더 늦어지기 전에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 존은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난 사실 잠에 들 수 없었어. 몇 시간이나 거기 누워서 앞쪽 무늬하고 뒤에 있는 무늬가 따로 움직였는지, 아니면 같이 움직였는지 파악하느라 잠이 다 달아났지.


 

햇빛이 밝은 날 이런 무늬는 말이지, 인과 관계나 과학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하나도 묻어나지 않아, 일반적인 사람들의 머리에 거슬릴만한 것 투성이지.

 

색깔은 또 얼마나 흉한지, 안정감을 가질 수도 없고, 보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해. 근데 저 벽지 전체 무늬로 말하자면… 색깔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만 같아.

 

계속 보고 있으면 이젠 조금 알겠다 싶을 때가 종종 있어, 어디를 따라가야 그림이 보이는지 알 것 같다, 싶을 때가 있는 거지. 그렇게 느낄 때 마다 저 벽지 뒤에 무늬는 기다렸다는 듯이 거꾸로 돌아서서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 봐. 그러고선 바로 얼굴을 때려 눕히고, 내 배 위에 똑바로 앉아서 나를 내려다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야. 악몽 같지.

 

벽지의 바깥쪽에는 불그스름한 아라베스크 무늬가 있어서 꼭 무슨 곰팡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 독버섯이 한데 모여있는 걸 상상해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줄줄이 서있는 독버섯들이 말이야, 서로 몸을 비비면서 들쭉날쭉 몸을 계속해서 키워가는 독버섯들. 대충 그런 거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돼.

 

가끔은 실제로 그거랑 완전 똑같을 때가 있기도 하고!

 

이 벽지에는 나 빼고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특이점이 하나 있어, 바로 빛이 변함에 따라서 벽지도 같이 변한다는거지.

 

햇빛이 동쪽 창문을 통해서 내리쬐면 - 난 한 번도 처음으로 길게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을 놓친 날이 없는데 - 벽지 위의 무늬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 빠르게 바뀌곤 해.

 

그러니 한시라도 벽에서 눈을 뗄 수가 있겠어?

 

달이 뜰 때 쯤이면, 달은 밤이 다할 동안 이 방안에다가 달빛을 흩뿌리는데, 그럴 때마다 눈 앞에 있는 벽지가 아침에 봤던 그 벽지랑 같은 건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니까.

 

밤중에는 그 어떤 빛이 오던지 간에 - 황혼, 촛불, 등불, 달빛 다 상관 없어 - 벽지엔 언제나 철창이 깔려있어. 바깥 무늬가 그렇단 말이고, 그 뒤에 서있는 여자는 특별한 변화없이 그 자리에 서있지.

 

오랫동안 그 뒤에 있는 무늬가 무슨 형상을 그리는 건지 파악을 못했는데, 이제는 그게 여자의 모습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 것 같아.

 

낮에는 그 여자가 항상 숨어있어, 조용하게. 내 생각엔 그 여자가 숨어있는 이유는 벽지 무늬 때문인 것 같아. 뭐 하나 제대로 알기가 너무 힘들어. 매시간 나도 덩달아 조용하게 된다니까.

 

요즘엔 전보다 더 누워있는 일이 많아. 존도 지금 나한테 그렇게 하는게 좋대, 최대한 많이 잠을 자두라고.

 

실제로 존은 내게 밥 먹은 뒤로 한 시간 동안 누워있도록 습관을 만들어 주기도 했어.

 

이건 진짜 안 좋은 습관이라고 확신하는게, 너도 알겠지만 난 도통 잠을 자지 않거든.

 

이렇게 사람들이 서로 속고 속이게 되는 건가봐, 난 그들한테 사실은 잠이 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거든… 아!

 

사실 난 존을 점점 두려워하고 있는거야.

 

존은 가끔 진짜 이상해보일 때가 있어, 제니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을 때가 많지.

 

가끔 이런 생각이 날 때가 있어, 그냥 논리에 근거한 가설인데… 어쩌면 이게 다 저 벽지 때문이라고!

 

난 존이 알아채지도 못하게끔 존을 봐왔어, 방 안에 가장 평범한 시간대에 들이닥친 적도 많아. 그리고 존이 벽지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몇 번이나 본거야! 그리고 제니도 마찬가지야. 한 번은 제니가 벽지에 손을 올리고 있는 걸 본 적도 있어. 

 

제니는 내가 방에 있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정말로 조용한 목소리로 제니한테 벽지랑 뭘하고 있는지 물어보니까 제니는 뭘 훔치다 걸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면서 뒤돌아봤어. 조금 화가 나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나한테 왜 그렇게 사람을 놀래키냐고 뭐라고 하더라!

 

그러고는 벽지가 닿는 데는 죄다 얼룩이 묻는다고 말하더라, 제니가 존과 내 옷가지에 죄다 얼룩이 묻어있어서 우리가 좀만 더 조심해줬으면 좋겠대는거 있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는거지? 그렇지만 난 그녀가 분명히 벽지 무늬를 조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아… 나 말고 아무도 이 벽지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두지 않을거야!

 

원문 출처: 자유 이용 저작물인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의 'The Yellow Wallpaper'을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여기에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