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6. 16:24ㆍ번역/문학 (소설)
이치에 맞는 일
글쓴이ㆍF. 스콧 피츠제럴드
번역ㆍ오성진
Part 1
여느 때와 같이 미합중국의 중대한 점심시간이었다. 조지 오켈리는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황급히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무실에 있는 그 누구도 그가 조급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서는 아니된다. 사람들은 조지가 ‘성공은 주변환경에 달려있다'는 명언을 따라 청소하고 있다고 생각해야지, 정작 그의 관심이 칠백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가있다는 사실을 들켜서도 안 된다.
드디어 빌딩에서 나오게 된 조지는 주변 눈치를 볼 새도 없이 이를 꽉 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달리면서 힐끗대던 정오의 햇빛은 타임 스퀘어에 느릿느릿 길게 늘어진 채로 쉬고있는 사람들을 감싸주고 있었다. 거리의 관중은 살짝이 위를 올려다보며 봄향기가 담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햇빛은 제쪽으로 고개를 든 사람들의 눈을 찬란하게 비춰주어서 그곳에 있던 모두 서로를 바라볼 틈도 없이 하늘에 어렴풋이 비치는 자신의 반영만 볼 수 있었다.
여태까지도 칠백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정신이 팔린 청년, 조지 오켈리는 이렇게도 평화로운 광경은 영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며 뜀박질을 계속했다. 그는 미끄러지듯 내려간 역에서 서둘러 지하철 위에 몸을 던졌고 이후 아흔 하고도 다섯 블록을 지나는 동안 조지는 그가 앞으로 십 년동안 그의 이빨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확률이 단 20%밖에 안 된다고 적혀있는 차내 광고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열차가 137번가에 도착해서야 조지는 이윽고 광고판에 붙어있던 시선을 떨쳐내고 지하철에서 뛰쳐나와 이어달렸다. 긴장감 가득, 도무지 멈추지 없을 것 같던 그의 뜀박질이 그친 곳은 그의 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지역 정가운데 놓인 높고 못생긴 아파트 건물에 딸린 원룸, 바로 저기가 그의 집이었다.
그를 여태껏 땀나도록 달리게끔 만든 물건은 떡하니 서랍장 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의 가호를 받은 종이 위에는 신성한 잉크로 글씨가 적혀 있었고 눈을 바삐 굴리며 내용을 파악하는 조지 오켈리의 심장소리는 도시에 사는 모든 이들이 귀만 기울였다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쿵쾅거렸다. 남성은 편지 위 모든 쉼표, 잉크 얼룩, 구석에 있는 지문 자국까지 몽땅 다 읽고 또 한 번 재차 읽은 뒤에 희망을 잃은 사람 마냥 몸뚱이를 침대 위로 던졌다.
그의 생활은 꼬여있었다. 그의 부족한 재정상황을 고려해본다면 마치 포식자에게 쫓기고 있는 것만 같은 그의 모습이 그렇게나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라면 모두 공감할만한 상황이었다. 재정난을 겪는 사람들은 때때로 상황이 나아지기도, 더 안좋아지기도, 엎어지기도, 지속되기도 하는 법인데 가난을 겪게 된지 얼마 채 되지 않은 조지 오켈리에게 그가 겪는 상황에 동질감을 느낄 사람이 많다고 누군가 일러준다면 그는 너무 놀라 기절할 수도 있었다.
오늘로부터 이 년이 채 되지도 않은 과거,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에서 우등생으로서 졸업을 했고 테네시주 남쪽에 위치한 건축사에 취직했었다. 터널, 고층 건물, 웅크린 모양의 댐, 그리고 중간중간 댄서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 처럼 타워가 세 개씩이나 높게 서있는 다리만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만사를 해석하는 것만이 그의 사고방식이었다. 조지에게 있어 그 어떤 싹도 안 나고 있는 예전 형식의 낡디 낡은 이 세상에서, 강의 길을 변형시키고 산을 깎아내리는 일은 인류가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참으로 낭만적인 일이었다. 남자는 철을 사랑했다. 그의 꿈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언제나 철이 등장했는데 액체화된 철, 철 막대기들, 블록들, 모양이 없는 플라스틱 조각들, 등등 수많은 종류가 캔버스와 페인트처럼 가만히 그가 다가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꿈에 수도없이 등장하는 물체들은 남자가 가슴 속에 숨겨두고 살아온 불꽃을 통해 순도 높고 사랑스러운, 영원할 수 있는 강철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현실 속 조지는 주에 사십 달러를 버는 보험사 직원으로서, 매순간 그의 꿈이 시간과 함께 그를 통과하며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살아갔다. 키가 작고 살짝이 어두운 톤의 피부를 지닌 여자가 바로 이 문제, 이 끔찍하고 참아낼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그의 방을 빌려쓰고 있는 키가 큰 여인이 조지의 방문에 노크를 하며 지나칠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로 그에게 집에 있는김에 점심을 같이 먹을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조지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녀의 방문이 그를 깨운 것 만큼은 분명했다. 잠기운이 달아난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전보를 작성했다.
“편지 읽었어. 너 미쳤어? 왜 나랑 결혼을 바로 하지 않고 또 다시 끝내려고 하는거야. 우리가 함께라면 분명히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내가 여러번 이야기 했잖아...”
일 분동안 맹렬하게 고뇌한 뒤에 도무지 그가 쓴 문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글자들을 추가해넣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애-일 저녁 여섯 시까지 거기로 갈게.”
전보를 다 써내린 그는 건물에서 뛰쳐나와 전철역에서 가까운 전신국으로 달려갔다. 그의 수중엔 일백 달러가 겨우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었지만 그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가 “긴장된다"라고 말할 때 그 안에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긴장된다"는 그녀가 감정적으로 우울한 상태이며, 가난과 고난이 뻔하게 보이는 결혼을 한다는 사실이 그녀의 사랑에 너무 많은 제약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조지는 이제는 그에게 너무도 익숙해진 속도로 다시 달리고 달려서 보험사로 돌아갔다. 달릴 때 그의 속도는 마치 그의 삶위에 평소 얼마나 많은 긴장감이 놓여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조지는 곧장 사장실로 뛰쳐들어갔다.
“챔버스씨,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조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겨울철에 서리가 가득 낀 창문처럼 생긴 두 눈이 냉담하게 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흘만 휴가를 내고 싶습니다.”
“무슨 소리야, 이 주전에 이미 휴가를 다녀왔잖나!” 챔버스씨라는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맞습니다,” 참담한 표정의 젊은 남성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또 휴가를 가야만 하게 생겼어요.”
“저번 휴가 때는 어디에 갔지? 자네 고향 집으로 갔었나?”
“아니요, 테네시에 있는... 어느 동네에 들렸습니다.”
“그렇구만,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이번에는 대체 어디에 가실 생각인지 물어봐도 될까?”
“그게 말이죠, 이번에도… 테네시에 있는 어느 동네에 가고 싶습니다.”
“자네가 일관적인 거 하나만큼은 우리 회사에서 일등이라고 인정하네만...” 보험사 사장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거 어쩌지, 자네가 우리 회사에서 맡은 직책이 외판원이 아니어서 그게 참으로 안타깝군.”
“옳으신 말씀입니다,” 조지는 절박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하지만 정말 가봐야 합니다.”
“알겠네,” 챔버스씨는 동의했다, “하지만 돌아올 필요는 없을 것 같네. 그러니 이번에 여행을 떠나거든 다시는 돌아오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이 말을 뱉은 조지의 얼굴 위에 분홍색 행복감이 피어오르는 바람에 챔버스씨는 물론이고 조지, 본인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여섯달 만에 처음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만끽했다. 감사함으로 일어난 눈물을 글썽이던 조지는 챔버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꼭 쥐어주었다.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감정이 몰아치는 목소리로 조지가 말했다. “저야말로 정말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게 돌아오라고 하셨다면 저, 정말로 미쳐버렸을지도 몰라요. 단지 제 입으로 그만두지 못 하고 있던 거여서 말이죠… 제 말이 이해가 가시나요... 여하튼 진심으로 저 대신 포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지는 보험사 사장의 손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며 관대하게 외쳤다, “원래대로라면 3일치 일한 값을 받아야 하지만 그냥 그 돈은 사장님 가지세요!” 말을 마친 조지는 방을 뛰쳐나갔다. 챔버스씨는 그의 속기사를 불러다가 최근들어 조지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적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고해보기도 하고 수많은 반응들을 보기도 했지만 지금껏 조지처럼 그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인간은 본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말이다.
원문 출처: 자유 이용 저작물인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The Sensible Thing'을 번역했습니다. 원문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여기에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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