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1. 16:26ㆍ기록/목표
원래 블로그를 처음으로 시작하던 제 생각으로는 메뉴칸은 최대한 간결하도록 공시사항을 올리는 ‘드리는 말씀’, 매일 번역하면서 느낀바를 올리는 ‘매일’, 끝마친 번역본을 올리는 ‘번역’, 이렇게 세 가지만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매일’은 다소 난잡하더라도 번역할 시간을 빼서 느끼는 바를 “예쁘게” 적는데 할애한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저분하겠지만 꾸준히만 올리자라는 생각이었고; ‘번역’은 얼른 많아졌으면 좋겠지만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제대로 된 번역본을 올리는 것, 별로 와닿지 않거나 흥미롭지 않은 주제더라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만한 번역본을 올려드리는 곳, 즉 번역을 대하는 제 마음을 보여드릴 수 있을만한 승부처라고 생각했고; ‘드리는 말씀’같은 경우에는 왠만하면 그 수와 양이 적도록 꼭 필요한 말만 올리는 쪽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째 이번주에는, ‘매일’은 … 약속은 지켰으니까 그나마 낫다고 치더라도. ‘번역’은 평소보다 시간을 더 써서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하나도 안 드는 번역본이 올라갔고 ‘드리는 말씀’같은 경우엔 이번주만 벌써 두 번째로 쓰고 있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번역 원문을 찾는데에 있어서 오늘부터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겠다고 어제 결심했기 때문에, 또 처음 올리는 공지사항에는 분명히 ‘The Public Domain Review’라는 사이트에서 주로 글을 올리겠다는 식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된 사정인지 짧게나마 남겨놔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계획대로라면 오늘을 시점으로 번역 실력이 많이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록해두고 싶기도 했구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2021년 4월 5일부터 어제까지 주로 이용해온 ‘The Public Domain Review’라는 사이트는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자유 이용 저작물의 아카이브 같은 공간이예요, 거기에서 ‘에세이(Essays)’라고 적힌 코너에 들어가보면 매달 두 명의(한 명일 수도 있습니다) 명사들이 이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중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것들을 골라 그에 관한 이야기나 생각을 적어내린 글들을 확인하실 수 있을거예요. ‘자유 이용 저작물 비평’이라는 뜻의 사이트 제목답게 작성된지 얼마 안 된 에세이인데도 이 사이트에 올라온 에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유 이용 저작물로 취급해도 된다고 적혀있어서 지금껏 감사한 마음으로 흥미로운 에세이들을 열 편 가까이 번역해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학에서 대마초를 처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한 사람’에 관한 글을 써봤는데 끝에 갈수록 정작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만한 ‘대마초와 의학의 연관성’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도 않고 그 사람이 실은 전화 기술 발전에는 어떻게 공헌했는지, 또 그가 식민지에 의술을 연구하기 위해 넘어간 유럽인으로써 어떻게 환경을 잘 이용했는지와 같은 내용들이 수두룩 했습니다. 말이나 이어진다면 모를까, 앞뒤 문맥도 맞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부분은 쓸데없이 글이 길고. 글을 번역하면서 글의 재미를 살리지 못 하는 저 스스로를 나흘 정도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반성한답시고 몇 번을 읽어봐도 기가 막히게 못 쓴 글이라서 도무지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럼에도 제 잘못일 수 있다는 생각을 놓지 않고 다음에 번역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산책과 글쓰기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라는 주제의 그 다음 글 또한 너무도 못 나디 못 난 글이었어요. 쓸데없는 구간이 길고 정작 재밌을만한 구간은 한 문장 내지는 두 문장으로 스치듯이 정리해버리고, 게다가 필자의 자만심까지 비쳐지는 글인 바람에 읽으면서 여러 차례 기분도 더러웠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고민한 결과, 더 이상 이 사이트에 있는 에세이들을 번역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어떤 글이든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번역가겠지만 어쨌거나 이 블로그는 돈도 안 받고 매일 수련하기 위해 만든 저만의 번역 연습장이고, 그렇다면 왠만해서는 재미있는 글로 연습하면 좋을테니까요. 그래서 찾아봤는데... 할렐루야 홀리쓑. 세상에는 좋은 자유 이용 저작물들이 무척이나 많더라구요. 헤밍웨이의 에세이부터 과거 논문들까지. 물론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들이 자유 이용 저작물이 되려면 아직 몇 년이 남은 것 같지만 그래도 좋은 글들을 많이 찾게 되어 조금 시원해졌습니다. 여하튼 이토록 길게 얘기한 이유는 오늘 2021/06/11을 기점으로 -- 지금까지는 연습했다 치고 -- 자유 이용 저작물에 대한 의견을 담은 2차 자료가 아닌 실제 모든 자유 이용 저작물이 되어버린 원문(소설포함 두근두근)을 대상으로 폭을 넓게 가지고 가면서 동시에 그중 흥미로울만한 글들을 찾아 번역을 해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별 내용도 없는 글이고 어차피 읽어주시는 분도 없는 포트폴리오용 블로그지만 그간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혹여나 다음에 ‘어, 내가 언제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할 때 확인이라도 해보라고 이 글을 남겨보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이 글을 읽으러 왔을 때는 코로나가 무사히 끝나있겠죠?
그럼 이만 총총,
오성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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