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4. 02:47ㆍ기록/리뷰
[2022/07/04 월요일 02:00 AM]
앞으로 리뷰들을 적어볼까한다. 매번 와, 하고 넘겨버리긴 너무 아쉬워서.
지금은 오전 02:05니까 우선은 키워드들만 적어보고 다음에 제대로 글을 갖춰봐야 할 것이다.
[2022/07/05 화요일 10:58 AM]
심야영화를 본 날 그젯밤에 한 번, 어제 오후에 조금, 그리고 오늘까지해서 헤어질 결심 리뷰를 마무리해보려고 하는데 아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맨밑으로 가서 "21) 개인적 리뷰"란만 확인해도 될 것 같다.
*읽기 전 주의사항, 이 밑은 스포일러로 그득그득!
등장인물
송서래(탕웨이), 장해준(박해일), 안정안(이정현), 오수완(고경표), 여연수(김신영), 유미지(정이서), 기도수(유승목), 임호신(박용우), 월요일 할머니(정영숙), 서래 엄마(최선자), 홍산오(박정민), 이지구(이학주), 오가인(정하담), 사철성(서현우), 이 주임(유태오), 무녀(고민시), 류선생(차서원), 수면클리닉 의사(최대훈)
1) Q. 김신영이란 사람을 왜 캐스팅 했을까?
스크린에서 김신영을 본 내 기분은 놀람이었다. 처음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녀의 사투리를 쓰기에 잠시 걱정했지만 걱정이 무색할정도로 별 이질감 없이 오히려 박찬욱 감독님 영화 특유의 묘하고 기괴하지만 귀엽고 밝은듯한, 모호한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데 힘을 넣어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박찬욱 선생님이 웃찾사 시절부터 김신영의 팬이었다고 한다. "특이한 느낌"이 들며 "천재"라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출처: 유튜브, [FULL] 영화 '헤어질 결심'의 모든 비하인드 with 대한민국의 최고의 영화 감독 📽박찬욱📽 / FM 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 MBC 220625 방송)
이 영화에 다소 의외의 출연자가 있는데, 바로 코미디언 김신영이다. 심지어 특별출연도 아닌 비중있는 역할로, 김신영의 캐스팅은 박찬욱의 결정하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다른 제작진이 전부 반대한 걸 혼자서 설득해 출연을 성사시켰는데, 박찬욱은 김신영에 대해 "'저 사람은 탁월한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계가 그런 사람을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사실 경찰중에서도 강력계 형사라는 거친 직업을 하기엔 김신영은 예능인으로 대중에게 완전히 인식되어 있고 형사 이미지의 날카로운 느낌이 아닌 동글동글한 얼굴에 체구도 매우 작지만 봉준호나 박찬욱이 자주 공유하는 정서인 직업적 외형의 클리셰를 부수는 연출에 최적의 조건이라 여겼고, 고경표와 잘 대비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섭외한 듯. 당장 박해일의 장해준도 강력계 반장이라고 하기엔 늘 정장에 깔끔한 구두 차림이다. 심지어 봉준호도 김신영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환영하며, 본인이 김신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심지어 '그녀가 연기한 모습을 모아놓은 파일도 따로 가지고 있다'고 박찬욱에게 말했을 정도라고. (출처: 나무위키 / 헤어질 결심)
- 오호!
2) Q. 애플? (왜 애플기기들을 고집해서 사용했을까?)
- 유튜브에 '일장춘몽'이라는 단편 영화는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였기에 이번 영화에서도 애플의 스폰서 비슷한 게 들어갔나,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 그런 공적인 협탁이 없었다고 한들,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을 정도로 애플 제품과 "소통"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자주 나와서 의미를 고려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왜 감독은 애플의, 아 애플이란 단어도 빼자. 왜 감독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일방적으로, 또는 양방형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장면들을 다수 넣었을까?
(-> 요런식으로 적다가 마지막 총평에서 담아두고 싶은 부분들은 따로 하이라이트 처리해서 나중에 까먹지 않도록 하자.)
3) Q. 탕웨이의 중국어를 번역해준 시리의 목소리는 박해일인가? - 과연 그렇다면 그 의미는?
아마 박해일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관련된 영상을 보면 볼수록, 영화에 대해서 더 생각하면 할수록 이 영화는 커다란 질문,
"과연 이러한 형태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나?"
를 계속해서 묻고 있는 것만 같은데 어느 쪽의 답변(옳다/그르다)을 생각하더라도 해준과 서래라는 인물들은 서로 동류同僚의 인물들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서래의 목소리를 듣고 번역을 해주는 시리의 목소리는 해준의 목소리로 나온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을지도.
그나저나 "동류同僚"처럼 알지도 못하는 한자인데 슥 검색했다가 저렇게 붙여쓰는게 뭐라고 재밌네. 왜 다들 하는지 알겠다.
4) 상징들 - 리뷰를 처음 게시해본지라 적어보자면 나는 소설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 상징물/미장센을 가장 흥미롭게 찾아보는 편의 인간이다. 상징들을 발견할 때면 모호한 상황에서도 어떤 쪽으로 해석해야할지 조금 더 명확해지고, 너무 명확한 상황 속에서도 뜬금없는 물건을 발견할 때면 다시 모호해지기도 하면서 뇌가 자극되는 기분을 유독 즐기는 듯 하다.
성적인 상징물들
자라, 중지, 아이스크림 (왜 밤에 아이스크림만 먹을까), IV Drip, 밀가루 반죽 (이게 제일 묘하게 다가왔다), 석류? (석류는 성적이라기 보다는 아내의 수학적/정보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숨 (해군 재우기법, 호흡 같이, 잠을 못자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코로 숨쉴 때 다시 한 번 호흡을 같이 한다 / "숨을 동시에 쉰다"는 것이 가장 ), 설탕 + 케첩 + 머스타드가 발라진 핫도그 vs. 시마 스시
카테고리로 정리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중요해보이는 상징물들
안개, 파란색/초록색 드레스, 산과 바다 (죽음 / 산의 주인)
- 안개는 노래도 노래지만 극중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깔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 '파란색/초록색 드레스'와 '산과 바다'는 색감적으로 일치한다는 면에서 재미있다.
- 산(또는 산지)을 좋아하는 인물들에게 "지배"당하는 주인공들은 극중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온다. 심지어 바다가 나오는 장면에서 둘 말고 다른 인물들이 비쳐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외 재밌는 미장센들
안약, 뚜둑뚜둑 (반지와 중지를 건드리는 행동),
반지, 담배, 펜타닐, "우리 엄마 원전 완전 안전", 문과/이과 (이정현이 수치를 자주 언급함), 펜타닐 (파란색), 철장갑, 드라마 장면들 (탕웨이는 대사를 외우고, 박해일은 성관계를 가질 때 봄), 중식이 아닌 중식 볶음밥
138층 - 이건 후에 알았는데 영화 러닝타임이 138분이란다. 징글징글하다, 정말.
4-2) 색깔
파란색
남이 본 해준의 옷 색깔, 펜타닐, 바다
녹색
해준이 본 서래의 옷 색깔, 산,
빨간색
서래의 아이폰
5) Q. 아들이 한 번도 안 나온 이유는?
아닌가, 분명 해준과 정안 사이에 아들이 있었다는 대사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다. 게다가 둘의 집에 거렬있는 액자엔 "우리 엄마 원전 완전 안전"이라는 말도 안되는 농담식 헤드라인이 담겨있어서 자식이 있는줄로만 알았다. 만약에 없었더라면 그러려니겠지만 있었는데 안나왔다면 이 영화를 보고나서 본 박찬욱 감독님의 인터뷰 내용에서처럼 "이야기 구성에서 꼭 필요가 없으니 넣지 않았다"가 적절한 정답일 것만 같다.
6) 1부와 2부
처음엔 몰랐는데 각종 인터뷰 영상들과 리뷰를 보다보니 이 영화가 1부와 2부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았다. 타란티노, 대부, 등등 영화 몇개를 제외하고는 파트를 나눠서 진행하는 식의 내러티브는 많이 겪지 못했기 때문에 "14개월 후"라는 문구가 떴을 때 2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내지 못했던 것 같다.
1부. 살인 두번 (나를 위한, 할머니, 남편) / 나를 때리는 남자가 좋아하는 절벽산
2부. 살인 두번 (남을 위한, 할머니, 남편) / 박해일과 함께 간 호미산
7) 서래의 죽음의 의미
1. 미결로 남아야 완전해지는 둘의 사랑
2. 서래에게 아이폰을 바다에 빠뜨린다는 것은 / 해수에게 서래가 물속에 빠진다는 것은
6) 레퍼런스
1. 박해일 - 은교
"내가 독거노인입니까? ---도 아니고." 하는 식으로 자신의 집에 들이닥친 서래에게 해준이 한 말이 마치 은교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캐릭터를 지칭하는 듯 해서 재밌었다.
8) 극중 홍수오와 장해준의 사랑법은 과연 다른가? (박해일이 박정민을 달랠 때 건넨 말은 거짓인가, 진짜인가)
음, 같다! 박정민이 짝사랑한 여자 캐릭터의 배경이나 성격을 몰라서 확답을 지을 순 없겠지만 같다고 보는 쪽이 훨씬 더 시원한 해석이 될 것 같다. 원래는 철장갑을 차고 칼을 든 범죄자를 후들겨패는 해수였다면
8-2) 박정민 캐릭터의 의의
감옥을 싫어함. 죽기보다 싫어하는 감옥을 각오하고 여자를 위해 남에게 피해를 끼침.
비유와 은유로 가득한 이야기 속, 주인공의 모습을 또다른 비유로 비춰주는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생긴건 완전히 상반된 두 사람이 어쩜 그렇게 똑같게 보이던지. "사랑스러웠다", "예뻤다"고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목에 가위를 들이댄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 홍수오의 캐릭터가 정말 애틋하게 다가왔다.
9) 박찬욱 감독 영화의 특징으로 와닿은 점들
1. 칼을 쓰건 총을 쏘건 모두가 지나칠 정도로 침착하다. (고통만 있을 뿐, 의미는 두지 않는다)
2. 실제 같은 공간에 없는데도 박해일(해준) 캐릭터의 변태성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같은 공간에 있는 듯 연출.
3. “모호 필름” 이라는 영화사 이름에 걸맞는 감독 스타일
- 이번에 The Palme d'Or을 수상하셨다면 칸 영화제가 75주년이었기 때문에 75개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보석사의 추가로 총 100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핑크로즈색 상을 받으실 수 있었다고 한다. 상이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확연한 소장가치가 있는 상처럼 들리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술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신 적이 없다고 하신다. 예술영화의 정의라 하면 아트하우스에 걸릴 수 있는 영화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 "이야기보다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라는 코멘트에 "이 문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이야기와 스타일은 관객에게 전달될 때 하나로 와닿기 때문에 둘을 구분할 수 없다고 하신다. 확실히 표현, 소통을 중시하는 나이기에 좋은 말로 삼았다.
- 등장인물의 생각과 창작자의 생각을 혼동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하셨다.
-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묘사를 좋아한다"는 커멘트에는 "그렇지 않다"고 하시면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묘사를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피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평하셨다. 예술가의 책임감에 대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 시신, 개미에 관해서. 두 남녀 주인공은 혐오스러운 것을 피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그런 점에서 같은 유형의 사람들임을 표현하기 위해 피하지 않았다고 하신다. 추가로 시신의 눈이 자주 나온 장면들은 형사가 시신이 마지막으로 본 사람을 꼭 잡아주겠다는 마음으로 두 눈을 들여다보는 형사의 책임감을 표현하고 싶으셨다고 한다.
-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이 성공으로 향하는 데 필요했던 통과의례와 같다"는 커멘트에 "아니다. 오히려 -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 '공동경비구역 JSA'야 말로 '복수는 나의 것'으로 향하는데 필요했던 통과의례였다"고 하셨다. 멋지다.
- <올드 보이>는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고 예술적으로 해외에서도 많은 인정을 받는 작품이지만 관객의 눈을 찌푸리는 장면이 적을수록 좋은 영화라고 생각이 드는 감독님의 입장에서는 다른 영화에 조금 더 애정이 가신다고 한다.
- 이영애 씨에게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가 그 편견이 깨지면서 <친절한 금자씨>의 캐스팅을 하셨다고 한다.
- 내레이션의 사용, 소음의 사용, 사운드의 활용.
ex. <복수는 나의 것> -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누나가 뒤에서 고통스러워하는데 태연하게 라면을 먹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관객에겐 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캐릭터에겐 소리가 아무 의미도 없는 그 대비를 살려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ex2. <올드보이> - 내래이션의 사용을 통해 내러티브의 구조를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고 싶으셨다고 한다. 다시금 느끼지만 가장 간단할수록 좋은게 아니구나, 싶다.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의 협업을 앞두고 계시다고 하는데 많이 기대된다. HBO 시리즈라고 하지만, 티비를 위한 작품보다는 극장용 여화를 선호하신다고 한다. 다만 이야기를 다 하려면 꼭 필요한 길이를 위해 티비 시리즈의 형식을 취하셨다고 한다. 작품은 'The Sympathizer (동조자)'라는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BONUS)
a)
b) "편집의 최종 단계까지 챕터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1장의 타이틀은 '산', 2장의 타이틀은 '바다'였는데 영화의 러닝타임이 꽤 긴 편이라 관객들이 거의 일반적인 장편 영화 길이와 비슷한 1장을 자리에 앉아 다 봤는데 '제2장: 바다'라는 자막이 뜨면 계속 앉아 또 다른 영화를 한 편을 더 봐야 한다는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챕터 구성을 뺐다고 한다. 다만 모르는 관객이 봐도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있긴 하다." (출처: 나무위키 / 헤어질 결심)
여기서도 관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배려(...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한 박찬욱 감독님의 선택이 돋보인다.
10) 서래는 홍산오의 여자를 어떻게 한번에 알아맞췄나?
이 장면은 그냥 넘어갈수도 있지만 이제와서 보면 영화는 해준 입장에 관객을 세워 서래라는 사람을 보게 만들고 영화사의 이름처럼 그 시선을 모호하게 유지시키려고 매번 노력한다. 이 장면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써 관객들이 서래라는 인물에게 너무 동조하거나 빠져버리면 안되기에 '이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으니 경계를 늦추지 마'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을 하는 씬이지 않았나 싶다.
11) 더블 스크린, 매번 같은 화면, 다른 위치에 있는 인물들
영화에서 누군가 누구를 의심하는 장면(주로 취조 장면)에서 매번 서로 화면/유리/유리창의 틈 같은 것을 "선"으로 이용해 경계를 두게끔 한 것이 마치 기생충에서 사용된 장치를 떠올리게 하였다.
12) 오수완은 홍수오의 칼을 맞고 죽었나? 그것엔 의미가 있나?
홍수오는 오수완의 배에 칼을 세 번, 다리에 한 번 (아니면 배에 한 번, 다리에 세 번이었을지도) 찌르고 계단 위로 도망쳐간다. 내 생각에 오수완은 그 뒤로 나오질 않는 인물이라서...
아, 근데 오수완은 장해준을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몇 번이나 내려왔다고 하던데 나는 그 점을 캐치하지 못했다.
혹시 오수완이 귀신 같은 것은 아닐까? 귀신, 아니면 장해준 눈에만 보이는 죄책감 같은 것. 생각해보면 김신영이 연기한 '연수'라는 인물도 다른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인 적이 없다. 아, 근데 오수완은 여형사랑 대화를 나눈 모습을 보인 것 같기도...? 우선 이것은 재밌는 해석이지만 그럴싸하지는 않으니까 패스. (그래도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 해석을 염두해두고 봐보도록 하자.)
13) 임호신 등에는 왜 칼로 입힌 상해가 있었나?
지금 일수로만 3일째 이 영화에 대해서 생각 중인데 이에 대해 딱히 중요한 의미를 찾아내진 못했다.
14) 안개가 가장 주된 미장셴이었는데, 그렇다면 그 의미는? 그리고 그 의미를 고려한다면 조금씩 모습을 비추는 태양의 의미는?
안개는 아무래도 장해준의 답답함이나, 뭐 비슷한 건줄 알았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 정리를 하면 할수록 이 영화는 대놓고 "모호함"을 계속해서 자아낸다. 그런 측에서 생각해보면 안개는 아무래도 "모호함"을 강화시켜주는 장치가 아닐지. 날씨 중에 가장 모호한 안개는 어쩌면 환한 날씨에서 보면 뻔하고 재미도 없을(뿐만 아니라 서래와 해준이 무조건 아침 연속극 속 불륜을 저지른 인물들처럼 나쁘게만 비춰질) 장르물 속에 박찬욱 감독이 그윽하게 내뱉은 담배 연기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15) 감독상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주어지는걸까?
'우선 후보군을 뽑기 위해 1차 투표를 하고, 심사위원장에 의해 한 번 더 투표를 진행한 뒤 시상식에서 2차 투표의 결과를 읽는 것' 정도로만 알고있자.
16) 송서래가 말한 진실은 몇가지일까? 전부 거짓?
- 할아버지 건국 멤버 썰
- 할머니와의 대화 썰 - 위에 적힌 질문들에 답을 하면서 보니 두 개의 이야기 전부 진실일 것이라는 쪽이 더 나은 이해인 것 같다.
- 그녀가 시작한 모든 플래시백 장면들은 아무것도 믿지 못할지도...
17) "헤어질 결심" 제목 이유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리고 영화의 초중반까지 그 어떤 해석을 해봤자 우리의 선입견에 사로잡힌 두 단어는 '남녀사이에서 누군가가 잘못을 하고 그 또는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인물의 과정'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갈수록, 그리고 영화의 정말 맨마지막에 다다라서는 "헤어질 결심"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지 않나,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헤어질 각오"라고 해석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물론, "헤어질 각오"보다는 "헤어질 결심" 쪽이 훨씬 더 영화 제목으로서 멋들어지지만 말이다.
18) 대사
1. "처음 볼 때 부터 동류라는 것을 알았어요."
2. 탕웨이가 박해일과 통화하면서 (마지막 바다로 가는 길) 한 말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하는 순간에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끝났어요.”
- “나는 붕괴되었어요” = 파괴
19) 그 외 재밌어보이는 관련 영상들
- '잠을 못 자는 남자를 재워주는 여자, 밥을 못 먹는 여자에게 밥해주는 남자' 라는 단군님의 해석에 감탄했다.
- 1부 (서울) / 2부 (이포) 로 구분짓는 해석도 좋다. 나는 1부 끝난 시점에 영화 엔딩을 기다렸던지라 구분할 생각을 놓쳤던 것 같다.
- 이 리뷰 채널은 처음인데 시원시원해서 보기에 편한 것 같다.
-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앞에 영화의 문맥에 따르면 (사랑해서 그런건데)라는 표현이 숨어있다는 해석이다.
- 두 사람의 헤어질 결심은 서로를 사랑해서 했다고 보는 해석.
- 서로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담배가 몸에 안좋다며 막으려는 이정현 캐릭터 (+석류와 자라의 효능에 대해 말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담배를 핀다면 막아야 하나?
해준의 사랑: "휴대폰을 바다에 던져요" / 꼿꼿한 사람이어서 서래를 좋아함
서래의 사랑: 자기 자신을 바다에 던짐. - 미결사건 / 자신을 사진으로 계속 보게끔. / 자신을 제외한 모든 미결사건을 바다에 던짐. 자신만을 해준의 미결사건으로 남기 위해.
해준과 서래는 둘 다 바다를 좋아한다.
2부에서 재회한 서래의 옷은 모호한 색이다.
모호한 두 인물
송서래 - 중국인이지만 한국인의 피 / 웃음과 진지한 상황 사이의 모호함
장해준 - 철저하고 반듯하고 책임감있는 형사에게 갑자기 사랑이 찾아와 모호해짐
연수 (김신영) - 불편한 질문 / 영화의 성격 / 여자를 향한 동정 / 여자가 범인이 아니라고 함
송서래 - 원자로 영화를 보며 / 원전 위험성 / 촉탁 살인 / 범죄 / 담배 - 사랑의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짐.
- 한국의 작가 조합을 만들고 싶다. DGK라는 감독조합에서 하는 시상식도 시상직이지만은 영상 후반부에 이 조합이 이룬 결과들을 들어보자니 실로 놀랍다.
20)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 및 여담
'할아버지가 한국 사람, 할머니가 중국 사람' (<- 분명히 틀린 정보일 것이다) 이라고만 대강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 서래가 '어느 산에는 가고 어느 산에는 가지 않는' 정보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이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죽은 남편이 좋아하는 산 이름이라던가, 서래가 자신의 산이라고 여기며 박해일을 데리고 간 산 이름이라던가. 아니다, 됐다. 내가 지금 알아와서 여기 정리해야겠다. 근데 확실히 되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은데 모두 사뭇 어설픈 한국말로 표현이 되어서 놓치기 쉽다는 점이 신기했다. 분명 박찬욱 감독님이라서 일부러 하셨을텐데, "모호함"을 더 키우시려고 하신 선택일지도?
짜집기해서 채운 정보
"구소산에서 추락사한 인물은 기도수" - (출처: 나무위키 / 헤어질 결심)
"서래는 해준에게 자신이 간호사로 일하면서 시한부인 어머니가 죽기를 원하자 '펜타닐'을 먹여 죽였고 어머니가 말한대로 만주 독립운동가였던 외조부가 갖고있었다는 '호미산'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것, 그러나 재판에 져서 입국관리자인 기도수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출처: 나무위키 / 헤어질 결심)
이건 내가 알던 정보랑 완전히 다르다. 난 서래의 외조부분이 독립운동가가 아니었는데 입국관리자인 기도수가 서래를 위해 불법으로 그렇게 처리를 해준줄로만 알았다. 잘못 알고 있었구나. 구소산 / 호미산 / 기도수
영어 자막은 《기생충》 등의 번역으로 유명한 달시 파켓이 맡았다. 주요 대사인 "마침내"는 "At last"로, 농담처럼 지나가는 언어유희인 "원전 완전 안전"은 "Clearly Cleaner Nuclear"로 번역했다고 한다. (출처: 나무위키 / 헤어질 결심)
역시 달시 파켓. "원전 완전 안전"의 번역은 정말 깔끔하다. 마침내도 나는 영화를 보면서 "Finally"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At last"와 "Finally"의 차이를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21) 개인적 리뷰
왜 감독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일방적으로, 또는 양방형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장면들을 다수 넣었을까 / "과연 이러한 형태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나?" / - 안개는 노래도 노래지만 극중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깔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 - '파란색/초록색 드레스'와 '산과 바다'는 색감적으로 일치한다는 면에서 재미있다. / - 산(또는 산지)을 좋아하는 인물들에게 "지배"당하는 주인공들은 극중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온다. 심지어 바다가 나오는 장면에서 둘 말고 다른 인물들이 비쳐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뚜둑뚜둑 (반지와 중지를 건드리는 행동), / 1부. 살인 두 번 (나를 위한, 할머니, 남편) / 나를 때리는 남자가 좋아하는 절벽산 / 2부. 살인 두번 (남을 위한, 할머니, 남편) / 박해일과 함께 간 호미산 / 1. 미결로 남아야 완전해지는 둘의 사랑 / 2. 서래에게 아이폰을 바다에 빠뜨린다는 것은 / 해수에게 서래가 물속에 빠진다는 것은 날씨 중에 가장 모호한 안개는 어쩌면 환한 날씨에서 보면 뻔하고 재미도 없을(뿐만 아니라 서래와 해준이 무조건 아침 연속극 속 불륜을 저지른 인물들처럼 나쁘게만 비춰질) 장르물 속에 박찬욱 감독이 그윽하게 내뱉은 담배 연기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리고 영화의 초중반까지 그 어떤 해석을 해봤자 우리의 선입견에 사로잡힌 두 단어는 '남녀사이에서 누군가가 잘못을 하고 그 또는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인물의 과정'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갈수록, 그리고 영화의 정말 맨마지막에 다다라서는 "헤어질 결심"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지 않나, 싶을 정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헤어질 각오"라고 해석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물론, "헤어질 각오"보다는 "헤어질 결심" 쪽이 훨씬 더 영화 제목으로서 멋들어지지만 말이다.
위에서 하이라이트 친 부분들을 모아다가 어떻게 보면 초록색으로, 어떻게 보면 파란색으로 보이게끔 처리해봤다. 이 애들을 이제 정리해서 내 목소리를 불어넣기만 하면 리뷰는 끝나는데 너무 어렵게만 다가온다. 근데 또 뭐, 그렇게 길게 안써도 될테니까, 한줄평만 적어도, 에세이를 써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또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우선 까먹기전에 말하고 싶은거 두가지.
하나,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한영자막 번역을 맡게 된다면 정말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중국인이라서 너무 딱딱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경우라던지, 그런 중국인을 배려해서 일부러 단어를 골라쓰는 형사의 말들이라든지, 등등 하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재밌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제발 달시 파켓님이 계신 곳으로 가자.
둘, 아무래도 리뷰의 꽃이라면 별점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만드는 수고에 참여하지도 않고 휙휙 별을 날려대는 평론가들을 보며 (존경합니다들) 그들의 폭력적인 방식의 권한을 나도 한번쯤은 휘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별점을 줘보도록 하겠다.
이 영화는 당연히 10점 만점에 10점.
★★★★★★★★★★
내가 좋아하는 미나리도,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도, Arrival도, Hateful 8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도, 전부 제각기 다른 이유로 (그렇다고 하기엔 모두 템포가 살짝 느린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완성도, 연출, 편집, 음향, 조명, 각본, 등등을 들먹이며 영화도 잘 모르는 내가 점수를 주는 건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에 오로지 나한테 어떻게 다가왔는지만 따지며 점수를 매겨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리뷰할 영화들도 점수는 이를 바탕으로 줄 것이다.
더 적고 싶은데 우선은 한줄평으로 마무리를 지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일주일 내로 마음에 걸리면 다시 찾아와 조금은 더 길게 리뷰를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한줄평: 사랑이란 결심에 필요한 헤어짐이란 각오.
*) 리뷰를 마치며
*
**
*아직 못 본 아가씨도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마침 후속작에 대한 정보도 들어서 아예 오늘 책을 빌렸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무튼 첫 리뷰 작성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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